WTO와 FTA로 우리 농촌은 일대 곤혹을 겪었다. 농민들은 국회의 WTO동의안 비준에 맞서 생존권을 걸고 필사의 궐기를 벌였으며 이 와중에 우리의 이웃인 고 전용철 농민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농민들이 목숨을 걸고 사수하려 했던 것이 우리 쌀, 바로 식량주권이다.

지금의 우리 농촌의 현실은 도탄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전국 어디든 농촌을 찾아 농민들의 쌓인 울분을 들어보았는가?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수십 년간 고향을 지켜온 우리 이웃인 농부들은 지금 마저 못해 살고 있다고들 하소연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농사일로 자식들 공부시키며 삶을 살아왔던 우리 농촌풍경이 차츰 퇴색돼 농사일로 더는 그러한 삶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농민들의 바람은 오로지 하나다. 지금껏 피땀 흘려 지켜온 우리 들녘에서 근심걱정 없이 농사일에 매진하고 싶음, 바로 그 뿐이다. 이처럼 우리 현실이 더는 현재의 농업형태만을 놓고 현실에 안주하게끔 기다려주지 않고 있다. 수입산 쌀이 시판되고, 광우병 논란을 빚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재개를 기다리며, 온갖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올 채비를 마쳐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의 쌀은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지난 28일 보령시는 FTA에 따른 농민들의 쌀 판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보령쌀을 대내외로 홍보해 보령쌀 소비촉진 및 판로확대를 위한 판촉행사를 실시했다.

그간 보령쌀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판촉행사를 이어가는 모습은 농민들로써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처음 행사기획 의도는 좋았으나 판촉부스가 마련된 장소가 주는 실망감은 매우 컸다.

고품질의 보령쌀을 대천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홍보해 보령쌀 이미지제고에 힘쓴다는 행사장소가 옛 해수욕장 입장료를 받던 도로변에 설치됐다. 대천해수욕장은 거의 모든 방문객이 차량을 이용해 드나들고 있는 곳이다. 이런 특성상 홍보를 위한 행사장이 해수욕장에 가까운 곳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판촉행사의 본질은 우선 고품질의 보령쌀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판촉행사를 통한 보령쌀 판매는 홍보를 위한 부수적인 이벤트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행사장 선정에 대한 기자의 의문에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많은 쌀을 팔았다며 해수욕장이란 피서지의 특성상 쌀을 사려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기에 굳이 해수욕장 근처에서 판촉행사를 벌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 말에도 일리는 있다.

그동안 일상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피서를 나온 관광객들 중 어느 누가 쌀을 사겠는가? 쌀을 사려는 이는 수많은 관광객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촉행사의 주된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앞으로의 판매망확충이 아니겠는가? 아니면 행사장의 쌀을 팔기 위함이겠는가? 이 대목에 의문이 간다.

바로 관광객들에게 보령쌀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해 답보 상태에 있는 보령쌀의 판로확장에 중점을 두기 위한 전략으로 개선되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홍보가 아닌 행사장내 쌀 판매가 중요하다 가정한다면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이 쌀을 산다면 과연 얼마나 사겠는가 말이다. 또 행사장이 마련된 장소는 해수욕장을 빠져나온 차량이 한참을 달리다 마주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판매는 제대로 되겠는가? 이에대해 관계자는 그동안 행사들을 감안할 때 현 위치가 제일 팔기 수월했다고 한다.

또한 주말에는 차량들이 북새통으로 줄을 서다시피하기 때문에 판매량도 늘어난다는 설명과 함께 소포장 쌀을 늘어선 차량에 나눠주면 소비자들이 간혹 찾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니 보령쌀 홍보장이 무슨 국도변의 오징어나 김밥을 판매하는 노점상이란 말인가? 더욱이 공짜 쌀을 배포해 쌀 판매를 도모하겠다는 것은 호객행위를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단순히 쌀 판매보다는 홍보에 더 중점을 둬 보령쌀의 우수성 알리기에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