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는다.’는 유명한 성구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명언이요 진리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두 욕심으로 살아가는 것이지, 어찌 욕심 없이는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지극히 본능적인 욕구를 말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몫을 챙기고도 다른 이들의 몫까지 차지하는 지나친 욕심을 말한 것이다. 이는 꼭 재물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성취욕이나 명예욕 따위도 지나치면 죄를 낳는다는 말이다. 정당한 추구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자신의 영달과 공명심 때문에 다른 것을 희생한다면 이 또한 흉악한 범죄다. 모든 동물들이 기본 생존을 위한 본능적 욕구만을 충족하며 사는데, 인간은 더 많이 지니고 더 누리려고 지나친 욕심을 내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 제방공사가 마무리 된지 몇 달, 농게, 칠게, 방게, 달랑게, 민꽃게, 범게, 풀게, 세스랑게 등 게들을 죽였다. 낙지, 개불, 쏙, 갯가제, 갯지렁이 등을 죽였고, 굴, 바지락, 생합, 백합, 죽합, 피조개, 새조개, 모시조개, 뻘조개 등을 죽였다. 갯고둥, 핏뿔고둥, 개울타리, 총알고둥, 눈알고둥, 갯우렁이, 민챙이 등등 고둥들도 모두 죽였다. 욕심 많은 인간만 살려고 욕심 없는 수많은 것들을 다 죽였다. 자연환경이란 이러한 생명체들이 더불어 살도록 조직되어 있다. 이 조직을 파괴하면 자연으로부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새만금 말고 이미 보령시 안팎에도 그동안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갯벌이 여러 곳이나 된다. 그 결과 수많은 어종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던 잘피, 말, 김, 파래, 톳, 쎄모 등등의 수생식물 군락지가 없어지게 되어 심한 어족고갈을 가져왔다. 그 증거란 달리 알아볼 필요도 없다. 인근의 어촌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이라면 갯벌이 살아 있던 시절보다 얼마나 어족자원이 고갈되었는지 잘 알 것이다. 정치망(자리그물)의 원조인 독살에서도 갈치가 잡혔을 정도로 풍부했던 어족자원이라고 한다. 그렇게 막아 만든 땅에서 그동안 창출해낸 부가가치가 얼마나 되는가? 십 년이 넘도록 묵혀두거나 혹은 농토로 만들었을 뿐 침체된 경제 살리기엔 별 도움이 안 되었다. 그나마 농토는 파종해서 거둘 때까지 비료, 농약, 인건비 등을 들이며 일 년 내내 일이 많고도 가을 한철 수확뿐이다. 그 반면에 갯벌은 씨 뿌리지 않아도 가꾸지 않아도 철을 가리지 않고 수입을 올려준다. 국제통상협의다 수입쌀이다 하며 쌀이 남아돌고 제대로 값도 못 받으니, 농부가 되려는 젊은이는 없고 노인만 남은 농촌의 현실을 생각하면 간척사업이 얼마나 비경제적인지 알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하여도 갯벌의 제일 큰 역할은 자연정화다. 그동안 없앤 갯벌의 자연정화를 대신할 인공정화 시설을 갖추려면 그 비용과 노력이 따질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다. 간척공사에 든 비용이 크다 한들 수 억년동안 이루어진 갯벌의 가치에 비교를 할 수 있을까? 돈으로 계산할 수도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것이 갯벌이다. 이미 어족자원 고갈과 어민경제 파탄으로 대가를 치루기 시작한지 오래지만 아직 깨닫지도 못하고 무조건 몰아붙이기로 개발해오고 있다. 마치 ‘갈치가 제 꼬리를 베어 먹는다’는 속담처럼 코앞의 이득과 공명심에만 눈이 어두워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보령지역과는 조금 먼 이야기지만 최근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명분을 세워 장항 갯벌을 매립하자고 떠든다. 지역주민들의 경제를 위해서가 아닌 일부 부유층의 투기나 투자한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또한 상업주의 향락주의가 변질되어 집단 혹은 개인이기주의로 나타난 정신장애 현상이 아닌가 싶다. 즉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로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 없이는 행복과 평화도 누리지 못할 일이다.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