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공무원과 주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시작할 때에는 저항과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은 '21세기 장성아카데미'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장성군이 평생교육의 선진모델로 자리잡고 있지만, 출발할 당시만 해도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공무원들도 고정관념 때문인지 회의적이었으며 주민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교육이 좋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

‘대한민국 10년 지방자치의 최고 성공작’ 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흥식 전 전남 장성군수의 ‘주식회사 장성군의 혁신 이야기'라는 내용의 강연 중 한 대목이다. 

인구 5만도 채 안되는 장성군이 이렇게 전국적인 혁신모델로 평가받기까지에는 ‘주식회사 장성군 CEO’로 자처하는 김흥식 전 군수의 혁신적 리더십과 주민들의 호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지휘자는 어느 한 악기에서도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고 해도 그 음악을 이해하고 즐거워하는 청중들의 반응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들이 온몸으로 빚어낸 놀라운 4강신화를 목격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과는 12번째 선수인 붉은 악마와 국민들의 열정적 동참을 통해 ‘우리는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였든지 김 전 군수는 “나에게 지방자치단체장이 갖추어야 할 제일 필요한 덕목을 말하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통합력'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2002년 월드컵 당시 보여준 ‘우리는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어떻게 지방자치와 연결하느냐가 민선 4기 지방자치 발전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과 무조건 좋은 관계만 유지하려고 해선 안된다. 때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는 흔히 '터줏대감'이나 ‘토호세력'으로 불리는 소수의 사람들이 다방에 보여 군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토호세력의 생리를 잘 알고 있던 나는 군수로 취임한 이후부터 어떤 공사 청탁이나 인사 개입도 단호히 거절했다. 이를 위해 저녁이 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일부러 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까 그때서야 비로소 '장성군에는 옛날과 같은 관행이 안 통한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21세기를 지방 시대라고 한다. 또 모두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21세기 국가발전의 희망이 지방에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방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우리는 과거 실패한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이 발전하지 못한 책임을 국가나 혹은 정권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이제는 아니다. 지방 스스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재정운용에 필요한 돈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국가를 탓하기 전에 국가를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어설픈 공무원들에게 일을 시키면 ‘예산이 없다’ '규정이 없다' '권한이 없다' 는 타령들을 늘어놓지만 정작 없는 것은 돈이나 권한이라기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물론 이런 현안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3일 취임한 신준희 시장이 혁신적 리더십을 발휘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누구나 살고싶어하는 만세보령 시대를 활짝 열어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