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의회가 지난 3일, 산고(産苦) 끝에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 원구성을 마치고 개원했다.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해서는 굳이 상세한 언급은 피하고자 한다. 하지만 원구성을 통해 보여준 실망스런 보령시의회의 모습을 지켜보며 중앙정치의 폐습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의원들의 행태를 보며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감정일지 모르겠다.

선거기간 동안 그들이 내세웠던 주민을 위하고 지역발전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코가 땅에 닿도록 읍소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보령시의회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라도 하는 듯 했기에 더욱 그렇다.

지자체의 발전은 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여기에 의회의 성숙한 자세와 견제의 미덕이 겸비하면 우리 지역은 달라진다. 선거가 끝난 이후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여느 때와 달리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빈부격차 해소, 교육 경쟁력 강화와 선진 문화 창조 등 이루 셀 수 없는 문제를 떠안고 있다.

먼저 당선자들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라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 힘으로 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학연, 지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먼저, 조선의 붕당 정치의 득실을 따지는 혜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붕당(朋黨)이 대립해 당쟁으로 번지기도 하고, 이들 당파의 대립과 반목이 국력의 쇠퇴를 빚기도 했음을 알아야 한다. 조선의 붕당대립의 직접적 발단은 1575년(선조8) 인사 문제 하나로 당쟁이 싹텄음을 알아야 한다.

‘이조전랑’ 직을 둘러싼 김효원과 심의겸의 반목이 그것이다. 전랑직은 정5품으로 직위는 낮았으나, 인사권을 쥐는 핵심 직책이면서 자신의 직책에 대한 후계자까지도 추천할 수 있었다.

이제 의원들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전문성을 한껏 발휘하길 바란다. 잘 알다시피, 의회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장치이다. 또한 민주주의에서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이익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행정부의 시녀나 들러리, 정당의 거수기가 되면 안 된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제나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말고 행정부서 공무원에 버금가는 행정업무 처리능력이나 기획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이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 남았다.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사실과 승리의 뒤편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미래 시대를 보는 혜안은 과거를 보는 역사적 안목에서 비롯된다. 역사는 지역의 선량들에게 본연의 모습이 중요하다는 사실, 행정은 인사부터 시작된다는 것, 우리의 리더들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고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난무했던 공약이나 상대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던 말들도 이제 정돈될 필요가 있다. 차근차근 챙길 일이 너무 많다. 오늘부터 유권자들은 당선된 자치단체장에 대한 애정과 응원을 보내야 하고,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보에 힘을 더해 주어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기간 동안 보인 관심으로 끝날 게 아니라, 우리 선량(選良)들에게 지속적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