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기형의 「낙화」중에서)

사랑하지만 떠나간다는 위대한 거짓말을 위한 시가 아니다.

운명적인 만남도 어렵지만 아름다운 이별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시다. 꾸밀수 있는 앞모습은 어느 정도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잘 꾸며지지 않는 뒷모습은 그 본색을 감추기가 어렵다. 사람의 눈이 앞에 달린 것은 자신의 그럴듯한 앞모습보다 남들의 그런 적나라한 뒷모습을 더 잘 보라는 암시는 아닐까.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은퇴’라는 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벤처기업인 1호로 유명했던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맨손’ 으로 일궈낸 사업을 두고 ‘빈손’ 으로 떠난 것이다. 많이 가져본 사람은 안다. 많으니까 더 남에게 주기 아깝다는 것을. 더욱이 자식에게 물려주지 ‘못하기보다’, ‘않기’가 얼마나 더 어려운가. 그리고 얼마 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의해 부동의 세계갑부 2위로 군림하고 있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더웨이 회장 겸 최고 경영자가 거의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쾌척하겠다면서 밝혔다.

버핏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주식의 85% 현재의 가치로 따지면 약3백60억달러(37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부액은 세계 기부사상 최고액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5개 재단에 기부하는 기부금액 중 대부분이 사실상 게이츠 재단에 돌아간다. 세계2위 갑부인 버핏 회장은 왜 세계 최고의 갑부에게 기부를 했을까?
버핏 회장은 “거액이 걸린 골프게임에서 누가 타이거우즈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라는 물음으로 답을 대신 했다고 한다. 그가 게이츠 회장에게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게이츠 회장은 이 재단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보건과 빈곤퇴치, 교육개선 등의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또한 버핏 회장은 “나와 아내는 우리가 이 많은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우리 아이들을 돈의 홍수 속에 내버려 두는 것은 옳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했다”말하면서 “사회로부터 벌어들인 재산은 다시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엔드루 카네기의 말에 동의 한다”고 했다.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인가.

7월 3일에 있었던 신준희 보령시장 취임식에서 앞으로 추진할 주요 시정방향을 4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 ▷둘째 투명하고 합리적인 행정으로 경쟁력제고 ▷셋째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개발 ▷넷째 어려운 이웃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생산적 복지 이상의 4가지를 꼭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만날 때 헤어질 것을 염려하는 연인들이 없는 것처럼 물러나기 위해서 전진하는 사람도 없다.
보령시민의 신준희 시장에 대한 기대는 너무도 크다고 하겠다.

신준희 시장이 11만 보령시민의 선두에 서서 열심히 노력하고 실천해 역대 시장 중 가장 존경받으며 떳떳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 줄 것을 시민 모두는 기대한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도(大盜)’에서 좀도둑이 되어버린 조세형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는 왜 건강한 시민이나 독실한 신앙인, 행복한 가장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을까 그 동기야 알 수 없지만 감동적 이었던 뒷모습을 다시 기대 하기는 힘들 것이다.

뒷 모습은 ‘뒷모습 이후’로 완성되는 것이니까. 남의 뒷모습에서 자신을 봐야 할 것이다.

영화 ‘와호장룡’의 마지막 장면에서 용(장쯔이)은 안개바다 속으로 ‘낙화(洛花)’처럼 사라진다.

모두를 적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앞 모습만 내세우던 ‘대결’의 자세를 버린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버려야지만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용의 그런 뒷모습에 자꾸 앞모습조차 추한 요즘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뒷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단지 나뿐일까 그들은 남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신의 뒷거울이 될 수도 있음을 모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