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돌담길을 문화재로 등록하여 보존하겠다고 나선 지역이 경남 고성의 학동마을을 비롯해 전국에 10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게 뭐 볼게 있냐고, 시골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흔히 보던 돌담길이라고, 무슨 큰 사적이나 유물이라도 되냐고, 관광객이 몇이나 오겠냐고 한다면, 그것은 물질적 가치만 따져본 어리석은 판단에 불과하다.

그곳의 주민과 단체장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일을 할까? 당장에 어떤 이익도 없고 보잘 것도 없는 돌담길이라지만 우리의 숨결과 체취와 애환이 가득 담겨있는 정서적 가치를 크게 여긴 것이다.

주거문화가 새롭게 변하는 데다 날로 도시만 커져가고 시골은 퇴보하고 있다. 곧 돌담길 같은 정취는 사라지고 뒷날 다시는 찾아볼 수 없이 그리운 대상이 될 것이다. 그때서야 복원한다 해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니 큰 손해일 것이며, 복원가치를 인정받기에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관심을 갖고 복원하자고 나설 사람도 드물 것이 뻔하다.

우리 지역에도 작게는 생활용품부터 크게는 자연환경까지 보기엔 별스럽지 않지만 사라져선 안 될 것들이 많다. 특히 자연환경에 속한 것들은 우리의 심신건강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후손들에게는 크나큰 자산이 되는 것이며, 한번 사라지면 돈으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당장의 이익만 노리는 개발주의자들은 파괴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도 무시하거나, 또는 그런 안목조차 없어서 따지지 않고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물질적 풍요만이 행복이라고 여기는 어리석음의 소치이며 무지가 낳은 아집일 뿐이다.

보령은 관광특구다. 그것도 하늘의 혜택을 받았다고 할 정도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관광특구다. 관광특구는 전력생산에 적극 협력하지 않더라도, 공군 사격장으로 내어주지 않더라도, 혐오시설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버겁고 각박한 생활에 시달린 심신들이 찾아와 위안과 활력을 얻어가고 있다면, 이미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관광특구를 무엇을 개발하고 어떻게 발전시켜야할지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분명한 답이 나온다. 가시적인 안목과 일시적인 공명심에 빠져 무책임하고도 졸속 구상된 사업을 함부로 허가하거나 추진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자연을 훼손하거나 관광특구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보이지 않는 손해를 끼칠 사업은 절대로 들여와선 안 되는 이곳이다. 지난날에 이미 이를 가벼이 여겨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우리지역의 단체장 후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공약을 하는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펴볼 일이다. 개발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무분별한 개발계획과 함께 공해산업을 유치할 후보라면 반드시 당선의 대상에서 물리쳐야한다. 또 지역경제를 살린답시고 서민생활권을 위협하고 한 개인업자나 일부 부유층의 이익만을 가져올 사업을 유치, 추진할 후보라면 필히 낙선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후보는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잘못된 관행과 구습에 젖어 사회양극화를 부채질하거나 정경유착과 같은 위법을 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량후보를 가려내고 관광특구에 걸맞게 마스터플랜을 내놓은 우량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야할 의무가 유권자에게 있다.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머리만으로 물질적인 가치만 따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도저히 가늠하지 못한다. 가슴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이 능히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제대로 알고 따져야 졸속 행정과 실정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큰 손해를 입고도 무조건 좋아하는 어리석은 시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