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두 사람하고 소경 하나 가 찾아왔었어.”라고 말한다면 이를 거슬리게 듣고 지적하여 “세 사람이 찾아 왔는데 그중에 한사람은 앞을 보지 못하는 이였어.”라고 고쳐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말이니 그냥 새겨들으면 될 일이라고 오히려 지적하는 사람을 나무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의 심리 속에 항상 장애인을 비하하는 타성이 문제인 것이다. 거기에 이러한 타성을 당연시 하거나 예사로 여기고 있어서 쉽게 고쳐지지 않을 고질적 병폐라 안할 수 없다. 또한 그만큼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멸시와 차별이 깔려 있다는 증거라 하겠다.

지난 4월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다. 어김없이 장애인을 위한 각종 행사가 있었고 또 계획 중인 행사도 있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에 많은 행사를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행사는 보기 어려웠다.

그동안은 관례에 따른 억지 행사를 하거나 가시적인 효과를 위한 행사에 그치고, 장애단체를 이용한 어느 특정인이나 정당의 정치적 효과를 노린 형식적인 행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데, 올해는 선거법을 의식했던지 예년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어쨌든 정해진 기간에만 해야 하는 행사에 급급하지만 말고 평소에도 사회 각계에서 진정으로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편을 느낄만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찾아 해결해주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

요즘 아내는 장애인을 위한 한 봉사단체가 여는 주중행사에 꼭꼭 참여하고 있다. 아내 역시 보행 장애로 아무 모임이나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좋다고 한다. 그런 아내에게 이 단체는 아무런 불편 없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독거노인들의 도우미가 돼주고 외로운 사람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며 거취가 곤란한 사람에게 거취마련을 해주는 등, 그야말로 순수한 희생 봉사를 행한다. 또한 장애인들이 행사진행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점도 이 단체의 특징으로서 참여자들에게 큰 유익을 주고 있다.

물론 회원 대부분이 한 특정 종교인들로 구성 되어 있고 또 주기적인 종교행사도 열고 있다. 종교단체라면 대부분 포교목적을 앞세우니 사람들은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별스럽지 않게 여긴다. 실제로도 종교단체들의 행사는 진정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경우가 많긴 하다. 그러다보니 이 단체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 가운데도 간혹 그와 같은 종교단체로만 여겨 고마움 보다는 괜한 짜증과 원망까지 하는 이들도 볼 수 있다. 일선에서 봉사하는 한 목사부부는 마치 고용된 사람처럼 그런 장애인들의 불손한 언동과 무례한 요구를 고스란히 받아주고 순순히 응해주며 아무런 생색도 내지 않고 진정한 참사랑의 실천을 묵묵히 해오고 있다. 곁에서 지켜보노라면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는 이들이다.

마음대로 거동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도우려면 화장실 문제 등,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른다. 그래도 목사 부부는 한번 나들이 하도록 마련해주는 일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 일인지 잘 알기에 늘 행하는 것이다.

어느 하반신 마비 일급장애인은 “내 힘으로 교회예배에 참여해보려고 몇몇 교회를 어렵게 찾아 갔는데, 시내에서 크다는 교회도 장애인 주차공간조차 불편한데로 내놓고, 남의 도움 없이 들어가도록 마련한 교회가 없더군요. 그렇다고 누구에게 도움을 부탁하기는 정말 싫어서 포기하고 돌아왔지요.”라고 말했다.

그렇다. 장애인들은 불필요한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마련해주고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