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눔’ 6년 동안 매주 4백여 어려운 이웃에 무료급식제공
“먼 훗날 가지고 갈 것도 아니잖아요.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겨울추위보다 더 매서운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른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좋은 봄이 이미 우리들 끝에 와있다. 따사로운 봄 햇살만큼 훈훈한 사랑을 펼치는 사람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젊은 시절 농촌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 ‘어디가면 입에 풀칠 못하겠느냐’는 각오로 고향을 떠난 지 28년. 그 동안 비록 몸은 고향에서 떠나있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고향에 있었고, 타향에서 생활한다는 탓으로 제대로 고향에 베풀지 못한 봉사를 우선 현재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만이라도 베풀기 위해 밤낮없이 뛰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

바로 출향인 김용해(55세, 관창초등학교 총동창회장, 한마음급식소 대표)씨 이다.

경기도 수원시, 높은 건물들이 뒤엉켜 있는 곳 중에 한적한 공원이 있고 그 옆에 김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한마음 급식소’가 위치해 있다.

이 급식소는 독거노인들과 불우이웃을 위해 김 대표가 손수 자리를 마련 지어 놓은 것이다. 그 곳에서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김 대표의 선행을 알려주는 듯 표창패와 감사패들이 기자를 반겼다.

시상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기자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는 김 대표. 그와 무료 급식소 운영 등 타향에서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아버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홀로 계신 어머님에게 아버님의 몫까지 효도를 다하려 하자 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부모님을 생각하며 주위에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에게라도 못 다한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0년부터 급식소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그는 왜 급식소에 더 애착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줬다.

“혹시, 정치 쪽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급식소 운영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며 “초창기 주변에서 ‘정치에 관심이 있어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도 받았고, 급식소 운영을 못하게 방해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진정한 마음으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계속했고, 결국 급식소를 지켜냈습니다”라며 지난 이야기를 전했다.

“시의 지원으로 하는 봉사는 봉사가 아니다”

급식소는 매주 월, 수, 금 주 3회 운영되고 있으며, 평균 회당 120명에서 150명이 급식소를 이용한다. 따라서 급식소를 운영하는 데만 해도 매월 350~400여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비용은 현재 김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당구장 이익금과 건물 임대료 일부로 충당한다고 그는 전했다.

“얼마전부터 수원시에서도 자금을 지원해 주려고 하지만, 지원받아 하는 봉사는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한다고 따라하는 봉사가 아닌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3일씩 급식소를 운영하기에는 많은 인력도 필요하다. 김 대표의 급식소 운영 얘기를 듣고 주변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서고 있다.

현재 급식소에는 1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주고 있으며, 이들은 13개 조로 나뉘어 한 달에 한 번씩 급식소를 찾아 교대로 봉사를 해 주고 있다.

“요즘도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분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김 대표가 운영하고 건물 계단 곳곳에는 쌀가마니가 쌓여져 있었다.

“1년에 80kg 짜리 약 70여 가마니가 필요합니다. 수시로 쌀을 사야 하죠. 그래서 이렇게 쌓아놓습니다.”

급식소를 운영하기까지

김용해씨는 1951년 보령시 주교면 관창2리 뒷골이란 동네에서 태어나 관창초등학교(16회)를 졸업하고 28살이 되던 1979년 3월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됐다.

도시로 이사를 온 후 삼성전자를 다니게 됐으며 삼성전사 근무시절 출·퇴근길에서 항상 눈여겨 본 트럭장사(차량을 이용 물건을 파는 장사꾼)를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당시 차의 가격인 50만원이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몇 년 동안 삼성전자를 다니며 모은 돈으로 트럭을 구매해 계란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계란이 비싼 음식에 속해 대목이면 장사가 잘 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소매 계란 장사를 2년하고 도매 계란 장사로 바꿔 9년 동안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 두게 됐죠. 이후 건축업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 후 김 대표의 평소 건축 설계에 관심이 있어 건축업을 시작하게 됐고 그의 건축실력이 인정을 받게 되면서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건축업 종사 9년 후 본인 소유의 건물을 짓게 됐고, 이 후 김 대표는 한 봉사단체에 조그만 성의로 쌀을 보내고 직접 봉사현장을 찾으면서, 봉사에 대한 결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건물 뒤편에 현재와 같은 ‘한마음 급식소’를 만들어 무료 급식을 시작하게 됐다.

거동불편자 직접 음식 배달… 학생들에게도 지원

“가끔씩 보이던 분이 어느 날부터 안오시면 서운하고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올해까지 6년째 ‘한마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초창기 거동이 불편해 급식소를 찾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직접 음식을 들고 배달을 나가기도 했다.

“어느 날 음식 배달을 나갔는데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장례 치른 지 한 참 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김 대표는 무료급식 뿐만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에 대한 장학사업과 어버이날을 기념하며 지역 어른들을 위해 경노잔치도 개최하고 있다.

장학사업은 1988년부터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현재 초등1, 중등1, 고등2명 등 총 4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후원을 받은 학생들이 성장해 취업을 하고 명절이나 제 생일 때 가끔 찾아와 줍니다. 그러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특히 그 아이들과 제 자녀들이 한 상에서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 모두 제 아이들 같은 생각도 들어 감사하구요”

또한 경노잔치는 매년 봄 급식소 한쪽에 자리를 마련하고 지역노인들에게 하루 동안 만이라도 놀 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날 이곳을 찾는 지역 어르신들은 900여명이 이를 정도로 큰 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봉사 위해 노력할 것

김 대표는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꿋꿋히 진행해 나가며 앞으로도 좋은 일만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김 대표는 많은 분들이 현재보다 조금 넓고 편한 시설의 급식소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전했다.

한편 관창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위와 같은 공로로 지난 해 5월 제1회 경기인 대상 8개 부분에서 봉사부분 대상을 수상 상금 5백만원을 받았으며, 이중 일부를 후배·모교사랑 실천을 위해 관창초등학교 교명석 제작에 기증하고, 학교내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등 고향사랑에도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마음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밝히는 김 대표.
소탈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봄 햇살처럼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