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오래 전부터의 억울을 떨쳐 펴려면, 눈앞의 고통을 헤쳐 벗어나려면, 장래의 위협을 없애려면, 눌러 오그라들고 사그라져 작아진 민족의 장대한 마음과 국가의 체모와 도리를 떨치고 뻗치려면, 각자의 인격을 정당하게 발전시키려면, 가엾은 아들 딸들에게 부끄러운 현실을 물려주지 아니하려면(중략), 우리는 나아가 취하매 어느 강자를 꺽지 못하며, 물러가서 일을 꾀함에 무슨 뜻인들 펴지 못하랴...”

이것은 87년 전 오늘 손병희 선생을 대표로 하여 천도교, 기독교, 불교의 지도적 인사로 구성된 민족대표 33인이 3월 1일 정오를 기해 서울 탑골공원에 모여 낭독한 자유와 평등, 평화를 넘어 인류행복까지 제창한 대헌장인 기미독립선언서의 일부이다.

그 오랜 세월 속에서 임들은 가셨지만 3월의 하늘 아래 산과 들, 가슴에 뜨겁게 피어오르는 그날의 함성과 빼앗긴 이 땅 위에 봄을 피워 내려고 달리던 선열들의 숨가쁜 외침이 끊이지 않는 민족혼으로 살아숨쉬는 날 아침, 오늘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87년이 되는 뜻깊은 날로서 오늘의 나와 우리가 살아숨쉬고 있어야 할 사명과 우리 후손의 항구적인 미래가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날이기도 하다.

과거를 잊는 민족에게는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없는 것처럼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생존은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민족의 것이며 그러한 나라만이 누릴 수 있는 것으로서 지난날 나라의 주권이 무력으로 탄압되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개인의 이익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해 위국 헌신하셨던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나갈 때 위기와 도전은 희망과 도약의 기회로 바꾸어 낼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돌이켜 보아야 하는 날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한·일 양국이 더 친밀해지고 또 평화롭게 다스려져 오대주의 모범이 되어 줄 것을 희망하였다. 결코, 나는 이토의 시정을 오해하여 그를 죽인 것이 아니다. 오늘 이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시정방침을 개선한다면 한·일간의 평화는 만세(萬世)에 유지될 것이다.” 라고 안중근 의사는 말했다.

이제 우리는 선열들이 남겨놓은 나라 위해 받친 신명의 큰 뜻을 받들어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민족화합의 지혜로운 응전과 실행, 책임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역량을 모아 동북아시대의 주역으로 웅비하는 동시에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과도 서로 상생하며 상호 승리하는 관용과 화해를 이끄는 주인 된 선도자로서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해결을 주도하는 방향을 펼쳐야 할 때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3.1운동이 지닌 자주·자강·화합·평화의 독립정신을 계승·발전시켜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자 국내는 물론 국외를 포함하여 한민족이 함께 하는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거행하며 그동안 포상이 누락된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과 온 국민이 함께 하는 3.1만세 재현운동을 각지에서 역사현장 중심으로 릴레이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3.1절 아침, 이제 우리는 선열들이 피 흘려 되찾은 이 땅 위에서 나라 위한 숭고한 정신이 무엇인가를 되새기는 한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민이 하나가 되어 나라를 위하여 신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존경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