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설날이 다가왔다. 설날은 한가위와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이제 가히 귀성전쟁이라 불러도 지나침이 없는 민족의 대 이동이 전개될 것이다.

뿔뿔이 흩어져 생존경쟁에 묻혀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던 생활인들, 삶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느라고 부모형제에 마음을 쓸 수 없던 혈육들, 사회의 한 모퉁이를 묵묵히 지켜내느라 옛 친구들을 찾아볼 수 없던 이웃들, 이들이 이날만은 생존의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어놓고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 준 고향을 찾게 될 것이다. 이 어찌 즐겁고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즐거운 마음에 또 다른 귀성 채비를 더해야 하겠다. 올해 우리 사회의 최대 명제는 ‘양극화의 극복’이다. 잘 사는 것도 더불어 잘 살아야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나만 홀로 잘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양극화의 극복’이라는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를 내 문제로 받아들이기 위해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을 맞는 대목 장보기 품목에 적어도 다음 두 가지만은 함께 채워갔으면 좋겠다.

첫 번째 명제는 상생(相生)의 정신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공생공영의 성숙한 의식을 공유할 때가 되었다. 작년에 우리 국민 다섯 명 중에 한 명이 해외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잦은 해외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보고 돌아왔을까. 세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다양한 인류 공동체를 체험하지 않았겠는가.

인간의 삶은 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탱하는 핵심 원리이자 정신이 바로 상생의 정신이다. 이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사용주가 고용인을, 운전자는 보행자를, 남자가 여자를, 교직자가 학생을, 집이 있는 자가 집이 없는 사람을, 힘이 있는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의식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두 번째 명제는 자존(自尊)의 정신이다. 자기를 존중하는 정신은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 원리이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성을 지닌 존재다. 이 분명한 원리를 망각하는 인간은 자신을 욕망의 노예로 전락시켜 스스로의 존엄성을 해치게 된다. 사람됨의 품위는 욕망을 얼마나 절제하느냐 이며, 그 절제의 미덕은 자신의 존엄성을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때 가능하다 하겠다.

나를 지탱하고 남는 나의 힘을 어디에 쓸 것인가. 내가 소비하고 남는 재력을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 내가 즐기고도 남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의 열쇠는 자기 존중의 의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하겠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는 음지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들에게 가중되는 궁핍과 비인간적인 삶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야 할 책임은 양지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양지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 계층이 상생과 자존의 정신을 발휘해 음지에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줌으로 금년 설 명절이 진정한 의미의 민족의 명절이 되도록 마음을 모았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