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심대평 충남지사의 자민련 탈당, 5월 신당 창당 구상 발표 후 약 1년 반 만에 ‘국민중심당’ 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정당이 첫 울음소리와 함께 첫 걸음을 내 딛었다.

우선 진흙탕같은 한국의 정치판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중심당이 듣기 좋은 목소리에만 귀를 열 것이 아니라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가 뭐래도 중심당의 기반은 충청권이다. 자민련의 기반과 똑같다. 그럼에도 심지사는 자민련을 뛰쳐나왔다. 그 속셈이 무엇일까. 물론 쓰러져가는 집을 보수하기보다는 새 집을 짓는 것이 더 낫다는 계산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중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후보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 얘기는 결국 금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충청권 정당을 만들겠다는 얘기는 아닌지....

정치판에는 이미 갖가지 이념적 좌표의 정당이 출현해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부터 열린우리당,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 자민련에 이르기까지 이념적 좌표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오랜 시도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형성된 것이다.

중심당의 이념적 성향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 진보인가, 중도인가, 보수인가. 개혁인가, 수구인가. 개혁적 보수인가, 수구적 보수인가. 아니면 기존 정당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념을 내세울 것인가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중심당의 이념적 좌표를 보수도, 진보도 아우르는 통합정당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중심당은  자칫하면 5지(5개 정당)선다형 문제지를 놓고 정답이 없다고 우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50년이나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정당을 갖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사치인가, 몽상인가. 그동안 미사여구로 온갖 명분을 동원해 나타났다 어느 날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정당을 보아온 국민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급조된 공천 장사용 정당이 얼마나 많았던가.

‘중심당’이 아무리 그럴듯한 모습으로 포장하더라도 지역당은 지역당이다. 신당 수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간판만 바꿔 다는 지역정당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심당은 기존의 정당에서 옮겨온 탈당인사들의 집합소다. 게다가 자민련을 대체하는 정도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국정당화와 정책정당화이다. 달리 말하면 지역정당의 탈피와 이념정당으로의 발전이다.

만일 중심당이 이 과제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의미는 상실되고 정치 시계를 거꾸로 놓았다는 역사의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금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을 공천할 것인가를 온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분권형정당을 표방하는 중심당이 자질이나 도덕성에 흠이있는 인사를 공천해 새로운 정당의 탄생을 축하하며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은 없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