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억원 돈가방 사건’이 시중에 심심찮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지난 연말 웅천산업페기물매립장 업체 대표가 페기물매립장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에게 찾아와 허가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반대하지 말고 도와달라며 주인도 모르게 돈가방을 놓고간 것이다. 이를 발견한 주민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의 수사결과는 이런 경우 ‘돈을 주어도, 받아도 죄가 안된다’ 며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보령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웅천발전협의회에서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보령시지부’에서 이 전단지의 내용 중에 900여 공직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분명한 근거 제시와 사과를 요구했고, 웅발협에서는 주민들이 페기물매립장 증설 반대를 위해 시위ㆍ집회를 할 때는 무관심ㆍ무소신으로 일관하더니 특정인을 지칭한 것도 아닌데 과잉 반응이 아니냐며 각을 세우고 대치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안타까운 것은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려는 업자는 무혐의로 처리됐는데,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아무런 이익이 없는 페기물매립장 증설을 막아도 현행법으로 볼 때 쉽지 않은 일인데, 어쩌자고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서로가 한 발 물러서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화합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바란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돈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자는 반대하는 주민에게 돈을 주고서라도 자기들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사업이 잘 풀릴 것 같기에 엄청난 거금을 주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들은 이렇게 부도덕한 짓을 해서라도 사업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결국은 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인간은 이토록 돈에 집착하는가?

중국 진(晉)나라 때 노포(魯褒)라는 사람의 ‘전신론(錢神論)’이란 글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돈(錢)의 모양됨이 하늘과 땅의 형상을 지녀 안은 네모나고 밖은 둥글다.… (돈은) 날개가 없는데도 날아다니며 발이 없는데도 걸어다닌다. … (돈은) 위태로운 것을 편안하게 할 수 있고 죽은 것을 살릴 수 있으며, 귀한 것을 천하게 할 수 있고 살아 있는 것을 죽일 수 있다.”

당시의 돈은 둥근 모양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 엽전인데 그 모양이 하늘과 땅의 형상을 지녔다고 했다. 이렇게 돈을 천지(天地)와 맞먹는 비중을 가진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니 돈의 위력이 대단할 수 밖에 없다. 가히 돈은 신(神)일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숨기기는 ‘전신(錢神)’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돈 앞에서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의 체면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신(神)이 대통령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2천억 원을 숨겨놓은 사람이 “내 재산은 29만원 밖에 없다”고 말할 만큼 뻔뻔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전신(錢神) 앞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돈의 폐해를 막기 위한 좋은 방법은 없을까. 돈을 신격화(神格化) 하는 데에서 오는 폐단은 어떤 방법으로든 막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르크스의 물신론(物神論)은 아직도 유효한 이론이 아닌가. 19세기 마르크스의 물신론과 3세기 노포의 전신론의 우연의 일치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