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이어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눈 내린 올겨울 보령.

아직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그늘진 곳은 하얗고 통행이 잦은 대로는 언제 눈 왔냐 싶게 뽀송뽀송하다.

올겨울 팥죽 한 사발 먹으려다 한 시간 넘게 삽질한 사람은 오직 나뿐인가 하노라.

며칠 전 어머니와 팥죽을 먹으러 가기로 하고 어머니 집 근처 큰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평소에는 내가 집 앞까지 갔었는데 그날은 큰길까지 나오시기로 했었던 거였다. 그런데 내가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했고 저 멀리 부모님께서 걸어 나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노부모가 추운데 걷는 것 보다는 차가 빠르지 싶은 생각에 얼른 시골 동네 진입로로 차를 전진시켰다.

무턱대고 들어선 골목은 상당히 많은 눈이 쌓여있었고 꽁꽁 얼어서 반질반질했다.

불길했고 덜컥 겁이 났다. 그 순간 난 어디서 흘려들은 ‘눈 내린 길을 운전할 때는 남들이 밟지 않은 새로운 눈길이 더 안 미끄러우니 새눈을 밟으며 운전하라’는 말귀가 떠올랐다. 난 얼른 얼어붙은 눈길이 아닌 하얗게 소복이 쌓여있은지 좀 오래돼서 소다처럼 약간 굵고 굳어 보이는 눈 위로 바퀴진로를 바꿨다. 정말 순간 이었다

아~앗~~포옥~~ !!!

쌓인 눈 속으로 자동차 바퀴가 묻히는가 싶더니 꼼짝을 안했다.

이런 이런 ~~~이럴수가!!!

사방은 꽁꽁 언 동네입구 인데 지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고 팔순의 노부모님과 울상이 되어버린 나 그리고 눈 속에 파묻힌 자동차 한대!!

후진을 넣고 밟아도 전진을 넣고 밟아도 엔진소리만 요란하다 더 깊이 눈 속에 파묻힐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저만치에 마침 삽이 한 자루 눈 속에 폭 꽂혀있다. 그래 저거다~~~!!!

순간 희망이 생겼고 어느새 삽은 내손 안에 꼭 쥐어져 있었다.

난 자동차 앞바퀴에 묻혀져있는 눈과 눈 밑에 얼어있는 얼음뎅이를 삽으로 콱콱 찍으면서 치웠다.

길옆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누군가가 뿌려놓은 왕겨도 바퀴 밑에 깔아보고 언 땅을 삽질해 겨우 퍼낸 자갈돌도 깔아보고…, 나중엔 인근 방앗간에 가서 왕겨 한 포대를 옮겨와 자동차 바퀴 밑에 왕창 뿌려도 보았다.

다 소용없었다. 도대체 차바퀴는 영원히 제자리걸음이라도 할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처음엔 혼자 할 수 있을 듯이 간단하게 생각했던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스러워졌다.

한 시간 넘게 삽질을 했음에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퀴가 너무나 얄밉고 괘씸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건강이 좋지않으신 어머니는 자동차 안에 계셨지만 아버지와 나는 찬바람 속에서 팥죽 한 사발 먹으려다 삽질 엄청 많이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운치 있게 내리던 눈송이 들이 모두 웬수뎅이처럼 얄밉기도 하지만 슬며시 웃음도 나온다.

왜냐하면 평소 친구랑 나는 누군가가 어이없는 행동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때 지체없이 써먹던 말이 생각나서 였다.

자동차는 원정 나온 친정언니부부의 도움으로 뒤에서 밀어서 생각보다 쉽게 꺼냈다.

한 시간의 삽질이 무색할 정도로......

또한 그날 먹은 팥죽은 그 어느 때 먹었던 팥죽보다 따뜻하고 달콤한 꿀맛이었다.

새로운 사실 한 가지!! “눈 속에 묻힌 자동차는 밀어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비결”인가?

(보령도서관주부문학모임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