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맑고, 구름은 제각각 모양을 만들면서 떠 있는 어느 가을날 나는 보령의 어느 국도를 달리고 있다.

그 날도 고개을 들지 못하고 책만 보고 가다가 햇볕이 너무 따가워 고개를 들어 보았다.

길가에는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피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몇칠 전 바람에 쓰러져버린 벼가 제 몫을 다하려고 안간힘을 다해 노랗게 벼을 익히기 위해 햇볕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나는 가을이면 무엇이든 다 할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예당 평야의 넓은 들판에 벼가 노랗게 익어 한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자라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정겹다.

쳐다만 보아도 아름다운 산과들 은은하게 피어있는 들꽃들 때문에 가을의 깊은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다.

가을은 한 해를 넘기는 중간에서서 아름다움과 풍성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런데 얼마전 예지회 선배님들의 가을 만큼이나 풍성하고 아름다운일이 있었다.

여러 선배님들의 등단이 바로 그것이다.

봄처럼 갈고 닦아서 여름처럼 다듬어서 가을처럼 탐스럽게 가꾸어 가는 선배님들의 일이 나는 내가 등단한 것처럼 기쁘다.

열매를 살찌우는 나무처럼 , 붉게 물들어 있는 가을 산 언덕처럼 푸근해 보이는 선배님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것 축하해드리지는 못했지만 마음가득 꽃 한 다발 전해 것 보다 더 벅차고 기뻤습니다.

저희는 선배님들이 차려주신 밥상위에 꿈을 키워갈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몰라지만 황무지에서 개척해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일인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저는 20년 가까운 세월의 꿈이 이뤄진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희망도 보인다.

누구든지 밝은 빛만 있지만은 않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부족함이 있기에 풍요로움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가시밭을 옥밭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다음은 풍성한 나의가을 빛을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추운 겨울도 이겨 낼것이고, 후배들을 위한 우리가 받은 가을빛처럼 맑고 깨끗하고 풍성하게 내리비쳐 주고 싶다.

마음 가득 받아 활개를 펼칠수 있도록….

<보령도서관 주부문학회 보령예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