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생이 있는 탓에 새벽달이 조금은 아쉬워하고 있을 무렵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어찌보면, 요즘의 변화된 아침 공기와 함께 밤새 가라 앉은 이름 모를 거부 할 수 없는 향내가 코끝을 건드리기 위해서 깨우는 건지도 모르겠다.

으~~ㅁ 두 눈이 가볍게 떠진다.

학교 보낼 채비에 발짝을 옮기면서, 깨우기 시작한 웅이는 그래도 시간의 여유를 찾아 아침운동을 하고 돌아온다. 이렇게 시작한 모두는 저녁이 되어야만 마주 할 기회가 돌아온다.

‘엄마, 나 오늘 굉장히 황당했어’ ‘뭐가, 무슨 일이 있었어?’

속으론 또 유리창이라도 깼나 싶다.

불청객인 모기소리가 어두워짐을 알려대곤 한다. 아침의 천연향과는 달리 홈매트로 향을 피우며 모자지간에 마주 하였다.

혹시나 하며 듣는다.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너, 나가’ 하셔서 복도에 가서 서 있었지.

‘늦게 와서 그런가 보다’

서 있다 보니 더 늦게 온 애들도 몇 명 있었는데 그냥 수업을 받는거야.

 ‘그럼, 내가 반장이라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뭐 때문에 벌을 받는거지?’

15분여 흘렀을까 반원 중에 하나가

‘현웅이 안 들어와요?’ 소리가 들렸어. 선생님은 의식을 하지 못했었나봐. 나오시더니 ‘하하하, 너 내 수업 거부한다며?’

너무나 황당했어, 반장이라서 혼난 줄만 알았었는데.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선생님이 오히려 당황해 하셨어.

‘웅아, 미안해, 내가 그랬어, 하하’. ‘친구의 이간으로 웅이만 혼났다’

순간 오해라는 것이 이러한 것이구나 느껴졌어. 오늘은 정말 황당한 날이었어.

듣고 있으면서도 재치 넘치던 그 친구의 짖궂은 장난기와 잘 생긴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며 개그를 듣고 있는 양 우습기만 했다. 저 어렸을 적

‘아빠! 엄마가 빨리 오래요’

4살된 아기의 말을 들은 남편은 백지장 얼굴이 되어 왜그러냐며 뛰어 왔다.

이제까지 그런 일이 없었던 우리로서는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던 거였다.

오히려 반문하는 것을 보고 황당해 하던 남편은 지금도 그 얘기를 가끔 하곤 한다.

중학생이 되어서 친구로부터 겪은걸 보면서 당시 선생님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싶었다.

옛적, 친정아버지가 동업으로 장사를 하면서 하루는 매상을 한 총계가 맞질 않았던거였다. 있어야 할 현금이 공중에 떠 버렸을 때 상대는 아버지에게 자연스럽게 화살을 돌렸다. 몇 달만에 당신이 현금을 놓아 둔 주위에서 찾아냈을 때 돌아가실 때까지 미안 해 했다는 얘기를 들려 주었다.

‘할아버지가 당시 얼마나 황당했을까 알 수 있을 것만 같아’

아들은 벌을 내렸던 선생님보다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게임(?)은 선생님의 웃음과 친구의 고백으로 끝이 났는데도 말이다.

어제는 빌려 주었다는 그 친구의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엄마, 오늘은 선생님이 이탈자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하래, 내일까지 글을 써오래’

물론 북한 이탈자에 대한 것이었지만 오해를 받는 동안 수많은 필름들이 돌아 갔을 것 아닌가, 이번 토론에 그러한 쉴 새 없는 생각으로 격론을 벌이면 더없이 많은 생각이 떠오르겠다며 어제를 떠올리며 웃었다.

화이팅! 서로의 부딪치는 손이 뜨거웠다.

‘어휴~ 어젠 정말 황당했어. 그래도 선생님이 멋있게 보였어.’

웅이보다 더 엉뚱한 친구의 덕으로 아들과의 시간을 오래 가질 수 있었다.

<보령도서관 주부문학 보령시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