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선 날마다 새가 노래를 부르듯 작가란 심혈(心血)을 기울여서 글쓰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몇 년 전 “문단에 선배는 있어도 주인이 없다.”란 서글픈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고향을 버린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서러운 가난이 두려워 물동이 호미자루 잠시 놓고 고향을 떠났지요.

시방이사 날마다 고뇌하면서 마음 닦고 공부하는 문인입니다.

작가란 축적된 지식이 없으면 한 줄의 글을 쓰기 어렵지요. 또 고향을 등진 것도 아니어서 ‘내 고향 그리워서 내려가는데 무슨 ‘상’을 준다고 하니 부끄럽습니다.

공로상(功勞賞)이야 여기 책을 만드노라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드려야지요. 꿈길에도 찾아가는 고향이다 보니 제 수필에는 주로 고향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것은 내 가슴에 오롯이 담겨 있는 어린 시절 고향의 정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어느 작가도 고향의 시냇물, 구름, 달과 별, 바람, 꽃을 시로 노래하고 고향을 배경으로 소설을 엮은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토록 고향은 작가에게 글의 소재를 주고 꿈을 열어 줍니다.  

보령은 산도 야트막해서인지 사람도 비교적 온순해 보입니다.

아마도 자연을 담는 모양입니다.

전년에 저는 보령시향우회 송년회에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양우 시인과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누다 보니, 문단의 20년 대 선배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이양우 시인의 고향은 저에 탯줄을 묻은 주산면(珠山面)이었습니다.

그것도 주산면에서 보령 땜으로 가는 ‘벚꽃 10리 길’을 사이에 두고 철길 너머 가노라면 임영조 시인은 황율리 밤나무굴, 이양우 시인은 삼곡리(三谷里) 샘실이랍니다.

저는 맨 끄트머리 동오리 ‘동막’에서 태어났지요. 헌데 얼마 전 저에게 ‘문장요리법’인 글공부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께서 영조 시인과 양우 시인의 중간 월현(月峴)에 시골집 하나를 마련했습니다.

스승님은 고향이 이북이시라 이곳을 두 번째 고향으로 생각하시고 나머지 시간을 보령에서 일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스승님은 이곳에 ‘월현산방’이라 이름을 지었답니다. 스승님은 3년 전부터 저에게 낡은 집 하나를 구(求)해 달라고 하셨고, 그동안 스승님께 글공부를 배우신 여러 제자분들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참으로 가슴이 벅 차 오릅니다.

뛰어난 선비를 알아 뫼실 줄 아는 그런 제자 분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앞날이 밝아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글공부를 배우고자 하시는 분은 선생님께 ‘문장요리법’을 배우셨으면 합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선 ‘목적학습’이 꼭 필요합니다.

“대지도 계절이 허락해야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됩니다.”

때론 덜 익은 과일을 익은척 하듯 저도 풋과일에 별을 달고서 8 년 동안 스승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문학이란 어떤 정신과 삶에 멋을 만드는 것입니다. 강범우 선생님의 강의는 ‘아카데미’라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작가가 되려면 이런 고급의 강의를 최대한 받아들이는 정신 훈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허물을 감싸주면서 조금씩 겸손한 마음으로 내 자신을 낮추고 공부를 한다면 작가란 글로써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또 쓰고 쓰여진 글을 잘 다듬는 것이 ‘삼다법(三多法)’입니다.

이것이 작가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임영조 시인은 詩로써의 평이 비유를 잘 한다는 평이 나 있더군요.

우리는 시 하나 짓기 위해서 밤을 꼬박 새우는 일도 있지요.

영조 시인의 대작 <갈대는 배우가 없다> 처럼 작가란 사색으로 피를 말릴지라도 사유(思惟)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해서 우리의 글이 책으로 엮어 나온다는 것은 돌에다 바위에다 새기는 것처럼 백년 천년을 읽힐 수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이상 시인의 <권태>란 수필을 읽고 참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수필이지만 회화적으로 쓰여져 그 시대의 영화 한편을 보는 듯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렇게 책으로 엮어도 이럴 진데 작품을 돌(石)에 새긴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지러진 작가의 육필시가 시비(詩碑)’로 세워진다고 하면 그 얼마나 오랜 세월 독자에게 ‘감흥’을 줄까요.

이러한 큰 일을 우리 보령시에서는 이미 성주산에 해 냈습니다.

육필 시는 아니지만 보령의 돌로써 최고의 경치 좋은 곳에 말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시비공원’에 가면 그분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해마다 시낭송도 하고 글짓기 대회가 열리지요. 이러한 ‘문화의 광장’을 우리 보령시에서 만들어 주셨기에 문인의 한 사람으로써 감사한 마음을 드립니다.

우리 문인들은 이 문화의 광장을 잘 활용해서 후배들을 길러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양우 시인께서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에 육필시비(肉筆詩碑)를 세운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호수도 있고, 미술관과 음악당, 허브농장이 있다고 합니다. 금년 7월 27일에 제막식을 가진다고 하니 초청장이 날아오면 많이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금년엔 마흔 다섯 분의 시비가 세워지고 해마다 나누어서 계획한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보령 문인도 많이 계시기에 시의 ‘삼대요소’ (음악적, 회화적, 의미적)로 잘 쓰여진 시는 아마도 선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고향의 돌로써 이지러진 시인의 육필시로 쓰여진 그 시의 정신을 우리는 감상 할 수 있겠지요.

이양우 시인은 두 개의 문학지를 이끌어 가시기에 아마 이곳에서는 전국 글짓기 대회도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어려운 시대에 이런 큰일을 하신다는 것은 보통사람으로썬 생각키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튼 고향을 빛내는 일이라서 저는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 주옥같은 글을 쓰시기 바라면서 문단의 신사라 불리시는 강범우 선생님께 고급의 강의를 들으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은 수많은 명예를 마다하시고 오로지 제자들 글공부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을 하신 유명한 분이 아니라 ‘훌륭하시고 뛰어난 선비님’ 이십니다.

내 존경하는 스승님의 종착역이 보령시 주산 ‘월현산방’ 이란 것이 저는 뿌듯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작가 이문구 소설가님의 문학관이 세워진다고 하니 또 자랑스럽습니다.

이러한 큰일을 하기 위해서 보령문협의 도움도 많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비록 정신적인 도움일지라도 말입니다.

어떤 조직이 하나 생기려면 울근불근 하는 일도 생깁니다. 이러한 과도기에 회장을 맡아서 애쓰신 ‘문상재’지부장님과 회원들 모두 수고 하셨단 말씀을 전합니다.

전에 이문구 선생님께서 보령에 지부가 없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시더군요.

이제 님은 가셨지만 보령지부를 여기까지 이끌어 오신 많은 분들께 저 하늘나라에서나마 찬사의 박수를 보내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우리 보령문인은 마음을 함께 모으는 성숙된 문인의 길로 나아가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