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5열사는 해방 후인 1948년 보령지역의 유림들이  항일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유림계의 명망인사 백낙관 황재현 백관형 유준근 김복한  열사 등 다섯분을  선정하여 추모대회를 가진 데서 비롯됐다. 이후 지금까지  보령 5열사는 우리 보령지역의 항일운동과 관련해 오랫동안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 돼왔다. 물론 보령지역에서도 보령 5열사 외에 많은 선열들이 자기 한 몸의 안위을 돌보지 아니하고 항일 운동에 기꺼이 뛰어 들었다. 따라서 현재 보령 5열사 선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온 것이기에 사실을 인정하고, 그 분들의 행적을 기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오늘날 일본의 독도 침탈 의도, 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 직면하여 우리 보령지역의 상징적 항일운동가로 알려져 온 보령 5열사의 행적을 5회에 걸쳐 게재해 항일운동의 뜻을 되새기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게재 순서 1. 백낙관  2. 황재현  3. 백관형 4. 유준근 5. 김복한

백관형(白觀亨, 1861~1929)의 호는 옥재(玉齋)이고 본관은 남포(藍浦)이다. 고려 때의 성리학자 백이정의 후예로 충남 보령시 남포면 양기리에서 백사량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수재(秀才)로 유명하였으며, 성장하여서는 의암 유인석 면암 최익현 삼희당 윤석봉에게서 수학하였다.

유인석, 최익현은 조선말기 우리나라 최고의 항일위정척사론자인 화서 이항로의 문인들인데, 이들로부터 백관형은 위정척사의 항일정신 형성에 큰 영향을 받았다.

윤석봉 또한 경기도에서 웅천으로 낙향한 화서학파의 인물로 보령지역 화서학파의 거두로 활동하며 항일운동에 참여한 인물이다.

1906년 을사조약에 항거하여 일어난 민종식의 홍주의병진에 유준근과 함께 참모로 가담하였다.

한일합방후인 1916년에는 충북 괴산군의 만동묘 행사에 참여하였는데, 이 행사는 왜경이 유림들의 항일의식 고취 단합대회의 계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금지하였으나 백관형을 비롯한 많은 유림들이 강행하였고, 여기서 백관형은 유림들에게 항일투쟁을 역설하다가 괴산 경찰서에 체포되어 투옥 중 5일간 단식투쟁을 하였다. 그 후 보령경찰서에 이송되어서는 실신의 악형을 당하였으나 굴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3개월의 옥고를 치루었다.

3.1운동이 일어나자 유준근 그리고 제자 김지정 등과 함께 상경하여 기회를 엿보다가 “조선독립은 우리들 이천만의 요구이다. 우리들은 손병희의 후계자로서 조선독립을 요구한다”는 취지를 기술한 애원서(哀願書)라고 제목을 붙인 선언서를 작성하고 12명의 동지들과 함께 서명하여 총독에게 발송하는 한편 운집한 대중들 앞에서 낭독하다가 왜경과 충돌하고 체포되었다. 일명 「12인등의장서」사건이었다.

그리고 3.1운동에 유교계가 참여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겨서 우리나라 전국 유림들이 1919년 3월 파리강화회의에 우리의 독립여망을 전하는 독립청원서인 파리장서를 보냈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 전국 유림대표 137명이 서명하였다.

백관형도 그 중의 한 명으로 서명하여 일본의 침략의 부당성과 우리의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리려 하였다. 일련의 사건으로 체포되어 재판장의 신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는 조선 독립에 대해서 합병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독립국이 망했는데 누가 독립을 바라지 않겠는가?”하면서 그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피력하였다.

이어 서대문 감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 왜경이 고등법원의 판결문에 지문을 찍으라고 하니 백관형은 크게 꾸짖으며 “일본 판사의 판결서가 우리나라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고 8일간 단식을 하니 왜경이 차고 있던 긴 칼로 강제로 입을 열게 하는 과정에서 양 볼에 선혈이 낭자하였다.

옥고를 치른 후에 고향에 돌아와서도 일제가 시행하는 여러 시책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저항하였다. 그의 스승 삼희당 윤석봉이 웅천 대천리에 주자와 송시열의 영정을 모신 집성당을 창건함에 지역의 다른 유림들과 성력(誠力)을 다하였으며, 집성당에서의 활동을 통하여 유준근 김복한 문석환 이식 등 항일유림들과 교유하면서 항일의지를 심화시켜 나갔다.

보령지역의 대표적인 화서학파의 한사람이었던 그는 학식도 뛰어나 명사들과의 서간문 100여장, 시문(詩文) 10여권이 전하고 있다. 그후 보령 웅천 수부리에 69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그의 묘소는 처음에는 대천 명천동에 있었으나, 최근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예전산으로 이장하였으며, 그의 제자 박성철이 지은 묘비가 있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을 기리어 1983년에 대통령 표창을 추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