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환경 파괴 논란과 뇌물 수수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의 재추진을 요구하고 나서 시민단체들로부터 '집단적 도덕 불감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은 청운문화재단(이사장 이기석)이 총 사업비 550억원을 들여 오는 2008년까지 계룡산 국립공원 부근에 건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추진중이던 1998-1999년 당시 도의회 부의장이었던 김용호 도의원과 공무원 2명이 청운문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사업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천만-1억원을 받아 지난 10월 구속기소됐고 지난 5월 대전고등법원에서 각각 그 죄가 인정됐다.
특히 김 부의장이 뇌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충남도의회 일부 의원들의 주선과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충남도의회 의원 32명(정원 35명)은 최근 충남도에 자연사 박물관 건립사업을 재추진 할 것을 요구하는 집단 건의서를 제출한데 이어 오는 7월 6일에는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주최로 박물관 건립에 관한 공청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공청회를 추진하면서 대전환경운동연합 외에 나머지 토론자로 청운문화재단 이사장, 성균관대 교수, 공주시의원 등 현 부지에 박물관 건립을 찬성하는 인사들을 대거 섭외해 벌써부터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윤석우(행자위, 자민련)도의원은 지난 29일 도의회 정례회를 통해 "사사로운 뇌물스캔들과 환경단체의 걱정에 의해 사업이 중단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충남도에 자연사 박물관 재추진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강력 반대해 온 대전·충남시민단체들은 충남도의회 의원들의 자연사박물관 재추진 요구는 '집단 도덕 불감증'의 표출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대전환경연합·대전충남녹색연합·공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충남환경연합 등 4개단체는 29일 공동명의의 성명을 통해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환경을 파괴하며 추진한 자연사박물관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대전환경연 최충식 사업부장은 "전 충남도의회 부의장을 비롯 공무원 2명, 사업추진 주체인 청운문화재단 이사장이 모두 뇌물수수혐의가 인정됐는데도 현 부지에 박물관 추진을 독려하는 것은 집단 도덕불감증을 표출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이어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외 지역으로 부지를 이전하고 사업추진주체 교체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이날 윤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자연사박물관 재추진은 환경단체와의 의견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해 환경단체의 반대가 있을시 재추진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한편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5월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건립과 관련,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충남도의회 부의장 김용호(67) 피고인에 대해 원심대로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정 모(48.공무원) 피고인에 대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450만원을, 노 모(46.공무원) 피고인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1천만원을,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청운문화재단 이기석(74) 피고인에 대해서는 벌금 2천만원을 각각 선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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