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교황 대(大)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은 나를 주님의 포도원에 보잘 것 없고 미천한 일꾼으로 뽑았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20일 새벽 1시 5분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이틀째 회의가 열린 로마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 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종이 힘차게 울렸다. 에스테베스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교황을 선출했다)’는 선언에 이어 라칭어 추기경(78세)이 모습을 드러냈다.

11억 가톨릭 인구를 이끌어 가게 될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은 제265대 새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탄생한 것이다.

새 교황이 자신이 사용할 이름으로 선택한 ‘베네딕트’는 ‘축복’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 그에 앞서 베네딕트 15세(1914. 9~922. 1)는 제1차 세계대전 분쟁국들 사이에서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비록 종전을 위한 중재 노력은 실패했지만 바티칸의 위상을 한껏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새 교황이 베네딕트 16세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은 현재의 국제질서에 대한 바티칸의 적극적 관여 의사를 내비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자 로마의 주교다. `교황청 연감’에 따르면 교황은 로마 주교,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의 우두머리인 베드로의 후계자,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대사제, 서유럽의 총대주교, 이탈리아의 수석주교, 로마 관구의 수석 대주교, 바티칸 시국의 원수, 하느님의 종 중의 종 등으로 규정된다.

실제로 교황이라는 지위가 요구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현대의 교황은 지성인이자 정치인이고 정신적 지도자이자 미디어를 타는 스타이기도 하다. 교황은 또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문서를 발표해 교회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황을 뜻하는 영어 ‘pope’는 `아버지’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papa’에서 나왔다. 이 말은 교황이란 어떤 의미에서 전세계 11억 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가톨릭 집안의 정신적 아버지라는 뜻이다. 한국 교회에서는 처음엔 `교화황(敎化皇)’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그 뒤 `교황’과 `교종(敎宗)’을 혼용해오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 10.~1965. 12.) 이후 `교황’으로 통일했다.

교황의 권한은 크게 신품권(神品權)과 재치권(裁治權)으로 나뉜다. 신품권에 의한 교계 제도는 신품성사로 이뤄지는 주교, 사제, 부제 등 세 계층으로 구성된다. 재치권은 교황과 주교에게 주어지며 이들은 사목과 관련한 입법, 사법, 행정권을 행사한다.

교황은 영광만큼 힘들고 고독한 자리다.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교황을 상징하는 흰색 예복으로 갈아입는 방이 ‘눈물의 방’으로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종, 종교, 계층 간의 갈등 등의 국제적 문제, 해방신학·낙태·피임·동성애·인간복제·여성 사제서품 등을 주장하는 진보파들의 거센 반발 등 가톨릭 내부의 문제 또한 그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평화의 사도로서의 교황의 신적 권위를 통해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없는” 화해와 평화, 그리고 사랑으로만 가득찬 그런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