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고 해서 개를 물지 말라는 법은 없을 터. 개는 사람을 물어도 상관없는데 사람은 개를 물어선 안 된다면 이는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 분명하다. 사람이나 개나 화가 나면 상대방을 같이 물 수 있어야 형평성에도 부합된다.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이는 좋은 기삿거리가 된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4개 신문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일이 있어 한동안 화젯거리가 됐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시우 시장이 모 지방신문사의 보령시청 출입기자에 대해 시청 기자실의 출입을 금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 보령시와 신문사 간에 정면대결 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자 「보령시 인사 선거용 ‘잡음’」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시장은 취임 초 ”정책보좌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보좌관을 두지 않겠다“ 며 지난 3년 여 동안 보좌관없이 행정을 이끌어 오다 돌연 정책 비서를 발탁한 것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시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이 발단이 된 듯하다.

이에 대해 보령시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지부에 정식으로 제소하는가 하면 담당부서인 문화공보담당관실은 ‘(특정신문)을 구독하지 않겠다’ 는 등의 정면 대응을 하고 나섰는데, 이는 분명 사람도 개를 물 수 있어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에 부합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자신을 비판한 신문의 구독을 사절하고 해당 기자에 대해 출입금지 시킨 일은 좋은 기삿거리이다. 일찍이 듣도 보도 못한, 이를테면 사람이 개를, 그것도 파수견을 물었다는 얘기만큼이나 희한한 일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게, 그리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비판기능’이다. 비판이 언론의 전부는 아니지만, 비판없는 언론은 언론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언론다운 언론을 보유하지 못한 사회는 불행한 공동체다. 지역발전 정체의 책임소재를 따질 때 맨 먼저 거명되는 대상이 시장,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이다. 이들의 정치와 행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본연의 임무로 삼는 언론의 직무유기와 부작위적 범죄를 고발하지 않고 정치·행정 지도자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신문은 할 말을 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마주 보고 내달리는 열차처럼 감정을 앞세운 정면대결을 하기 보다는 이제라도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지역을 위해서 그런 불행한 일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신문은 ‘비판을 위한 비판’ 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는 없었는지 되돌아 보는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한편 이시우 시장은 지역을 사랑하지 않는 언론은 굳이 싫은 소리 들어가며 비판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신문이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이 더럽다느니 구부러졌다느니 하는 식으로 대응하지 말고 달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 이번 사태도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의 어깨라도 두드려주면서 격려해 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져줬으면 더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