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새들 중에 꿩이 있다. 사람들에게 길조(吉鳥)로 통하기도 하고 겨울에는 사냥감으로 각광받는 새다. 그런데 이 꿩은 생긴 것과는 달리 상당히 미련한 구석이 있다고 한다. 사냥꾼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쫓기다가 제 몸을 숨긴다는 게 그저 머리만 숨기고 만다는 것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순간에 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도 있다. 저 넓고 높은 하늘을 손바닥 하나면 다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말일 게다. 숨길 수 없는 사실을 감추려는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말이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진시황유물전’이 대전에서 열렸다.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들은 여기에서 무엇을 느끼고 갔을까.

진시황제는 중국 통일을 최초로 이루었다는 점에서 중국 역사상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통일제국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폭군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불로장생과 불멸의 제국을 꿈꿨던 진시황의 통일사업은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진시황이 50세의 나이로 사망한 후 얼마 안돼 진나라도 멸망하고 말았다. 진시황의 불멸의 제국이 단명한 요인 중 하나가 사상통합작업이라는 명분으로 단행된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사건이다.

자신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 4백60여 명의 선비를 생매장하고 진나라 외에 다른 나라의 역사를 다룬 역사서를 비롯한 거의 모든 책을 불사르는 끔찍한 문명파괴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진시황의 이같은 무모한 사상탄압과 역사서 폐기는 지식인층, 특히 유학을 신봉하는 선비들의 반발을 불렀고 지방토호와 귀족들에게 반란의 빌미를 제공해 결국 진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다.

요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우리 역사의 뿌리인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역사 강탈에 나선 중국의 오만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갈수록 계획적이고 전략적 음모라는 게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 세력으로 말썽을 피웠다거나 고구려·발해의 역사나 유적이 중국의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은가. 요며칠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아마 우리 모두 이런 감정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남북대결보다 중국과의 싸움에서 꼭 이겨달라고.

중국만 우리 역사를 꼬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교과서나 지도 역시 잘못된 기록이나 표기를 일삼고 있다. 이는 우리가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눈 앞에서 보란 듯이 역사의 허리를 꺾어버리려는 데 가만있어서는 안된다.

21세기 현대판 분서갱유가 재연되고 있음이다. 몰염치하고 역겹기까지 한 중국의 망발에 최초의 통일제국 진나라가 어찌해서 망했는지, 역사왜곡·진실왜곡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