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도입된 지방의회는 95년 2기, 98년 3기, 그리고 2002년 4기의 전반기까지 벌써 14년째로 접어들어 이제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도 됐는데,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그러기에 아직도 우리나라는 절름발이 지방자치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겠지만 일부 의원의 비리, 인사 및 이권개입, 관광성 해외연수 등 시민들이 듣고싶지 않은 얘기, 잡음 등이 있었고 마땅히 해야할 일을 비껴가는 직무유기성 행태 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오는 7월 9일로 예정된 보령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16명의 의원 중 3분의 1이 넘는 7명의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혔고, 그들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지지하는 의원들간의 물밑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는 후보들이 공식적인 출마선언이나 선거운동은 하지 않는다.

선출방식 또한 의원들 간의 사전 내부조율을 통한 비밀투표다. 그러나 국회처럼 다수당 혹은 다선 의원 순으로 의장을 뽑는 관례는 없다.

누구라도 의장에 출마해 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면 의장으로 선출될 수 있다. 어찌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선출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원만한 합의와 사전조율이 어려워 후보간의 힘겨루기, 패거리주의로 갈라져 갈등과 분열, 심각한 경우에는 파행사태까지 가져온다. 또 겉으로는 원만해 보여도 의원들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표의 숫자를 통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까지 나눠먹는 구태가 벌어지기 일쑤다. 심지어는 사전 조율된 표의 이탈방지를 위해 의원들이 합숙을 하거나 전화까지 꺼버리고 선거일까지 잠수를 타기도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의장후보가 부의장 또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는 조건으로 표를 얻기도 한다. 이러니 당연히 선거후유증이 남을 수 밖에….

이같은 선출방식은 공개적인 출마선언이나 입후보 절차도 없는,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못하니까 음성적인 선거운동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다보면 각가지 음성적이고 불법·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심지어는 돈으로 표를 사는 경우까지도 나타나게 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의없는 사람, 복잡한 이성문제로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 패거리주의에 몰두하는 사람, 집행부와 밀월을 즐기는 사람, 이런 사람들도 의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우리 주민들의 몫으로 부메랑이 되어서 고스란히 되돌아 온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보령시의회에 아직은 기대를 걸만한 몇몇의 의원은 있다고 생각한다.

진흙탕 싸움에서 더 이상 자신을 더럽히지 말고 소신과 현명한 판단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역사에 부끄러운 오점을 남기지 않는 의장단선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