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4곳이 발표되면서 이전을 둘러싼 딴지걸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시와 수도권 자치단체와 서울에 본거지를 둔 거대 언론과 기관이 가세하고 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 볼썽사납다.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콩나물 도시’ 서울, 그리고 사람·돈이 모두 빠져나가 빈사상태의 지방을 함께 살리자는 행정수도 이전을 막무가내로 안된다며 발목을 잡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비용, 천장부지의 집값, 난개발에 따른 공해, 교통난으로 길 위에 쏟아붓는 에너지와 시간 낭비 등등….

국제경쟁력마저 떨어지고 있는 수도 서울을 사수하려는 애국심(?)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은 수도권 2천만 국민의 안보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충청권 개발을 위해 타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국가 균형발전이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서울중심·서울집중으로 인한 지방의 희생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특히 이른바 중앙언론의 태도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과밀화, 편중화의 문제를 기회있을 때마다 지적해왔고 그중 일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역 갈등은 영·호남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문제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행정수도이전이 가시화되자 교묘한 논리로 반대여론을 유도해 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적했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데 ‘천도’ 니 뭐니 하며 발목잡기를 시도하는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서울은 분명히 한국의 중심이다. 수도 서울은 그동안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그래서 서울을 해방 후 ‘특별시’로 지정하고 특별한 정책과 대접을 해 온 것이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은 지방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대한 과보호는 결국 서울을 기형의 ‘비만아’ 로, 지방은 ‘아프리카 빈민촌’ 으로 전락케 했다.

서울과 지방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으로 귀결된 것이다.

분권·분산·분업을 통한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을 도모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서울·서울사람들, 수도권 주민과 일부 기업이 분산정책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공룡이 쓰러지듯 무너지고 만다.

안보는 북한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가자체를 원활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보다 중요한 안보다.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심장에 쇠스는 줄 모르듯 눈앞 이익에만 급급하는 우둔함이 있다. 또 시급한 일에 매달려 중요한 일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다.

일부에선 지방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기르라고 하지만, 지금 지방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력조차 없다. 수도권에 모두 빨린 탓이다.

이 나라는 결코 특정지역, 특정인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일부를 위한 만인의 희생은 이제 끝내야 한다. 수도권의 독선과 오만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지방분권이라는 대 명제 앞에 참여정부가 약속한 행정수도이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국가대사다.

행정수도이전에 더 이상 딴지 걸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