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兄의 내외가 주말부부로 생활하고 있었을 때에 막내아들을 얻었다. 金兄은 서울에서 근무하고 부인은 전주에서 생활했을 때였다.
아기를 가져 주말에 만날 때에 가끔가다가 金兄 내외는 아들 둘에 딸 하나로 족하니 낙태하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키운 막내아들이었다.
큰아들은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하여 대학교 입시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 둘째 아들은 지방 대학에 입학해 데모의 선봉에 나섰다가 부모를 경찰서로 검찰로 오고 가게 해 걱정을 많이 끼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막내아들은 누구를 닯았는지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기까지 말썽을 부리는 일없이 잘 커왔다.
형들과 누나의 틈서리에서 궂은 일은 도맡아 했다.
金兄의 담배 심부름, 술 심부름은 그의 몫이었고, 세차할 때에 물을 길어 나르는 것은 거의 빠짐이 없었다.
대학교 4년동안 교수님들의 두터운 신뢰와 친구들과의 원만한 생활로 졸업하고 곧 군에 입대했다. 일찍이 그 막내 아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컴퓨터를 배워 중ㆍ고교시절에는 이미 수준 높은 경지에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이에 군에서도 컴퓨터의 실력을 십분 발휘해 지휘관과 상관들에게 상당한 인정을 받고, 성실히 임무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대 일주일을 앞두고 휴가로 집에 왔다. 집에 온 그 막내아들은 어느날, 아침에 金兄에게 춘천 근교의 소양호로 낚시를 가겠다고 낚시 도구를 챙기고 있었다. 金兄이 젊어서 낚시를 좋아하여 장만한 도구여서 그 막내아들에게 주면서 세심한 주의도 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金兄과 그 막내아들과의 마지막이었다.
학교에서 金兄은 점심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와 막 앉는 사이 전화를 받으라는 동료의 말에 가슴이 섬짓했다.
더욱이 춘천의 소양호라는 말에 그 막내아들에게 무슨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천륜(天倫)의 텔레파시가 와 닿고 있었다.
金兄의 그 막내아들은 혼자 외따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젊은이로서 군 생활을 마감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고민과 착잡한 마음을 호반에 던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등 너머에서 낚시하던 낚시꾼들이 고기를 잡아 찌개를 만들고 술자리를 마련하여 그 막내아들을 불렀다. 술이 몇 잔 오고간 후에 자리를 곧 떠났으면 괜찮았을 텐데 술자리가 길어지다 보니 한 40대의 낚시꾼은 과음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주위 낚시꾼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부득불 자기의 낚시터로 가겠다고 일어선 것이었다. 그 막내아들은 모인 가운데 가장 건장하고 혈기 왕성한 군인이었으므로 그의 뒤를 따랐다. 낭떠러지 길을 조심조심 가다가 그만 그 40대가 실족해 물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그 막내아들은 그 40대의 낚시꾼을 구출하고 자기는 대신 심장마비로 익사하고 말았다.
그 막내아들의 익사사고 소식을 받고, 金兄은 정신 없이 춘천으로 차를 몰았다. 소양호에서 사고 지점인 낚시터로 갔으나 아직 시신(屍身)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파출소에서 나온 순경과 군에서 파견한 헌병의 지휘 하에 金兄과 함께 잠수부를 시켜 시신을 찾도록 부탁했다.
급류에 휘말려 사고를 당하였거나, 댐의 방류에 의해 휩쓸려 사고를 당했다면 시신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시일이 걸리겠지만, 낚시터의 낭떠러지 아래였으므로 그 막내아들의 시신을 찾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수부가 그 막내아들이 익사했다는 지점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물거품이 수면 위로 퍼져 갔다.
몇 분 뒤에 잠수부는 그대로 나와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金兄은 정중한 태도로 잠수부에게 인사를 건네고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고, 잠수부는 세 번째 잠수했다가 그 막내아들의 시신을 건져 올려 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춘천에 있는 군통합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다.
군 생활을 마감하면서 인생도 마감한 金兄의 그 막내아들. 태어나면서 스물 여섯해 동안 가정에서는 사랑만 받으며 생활했고, 군에서조차 상관과 전우들의 신뢰와 우정을 받으며 근무한 한국의 젊은이의 하나. 40대의 알지 못하는 낚시꾼 한 사람을 구해주고 대신 희생한 ‘仁’을 이룬 젊은 군인.
그 막내아들은 부대장(部隊葬)으로 장례식을 마쳤다. 도포가 울린 식장에서 金兄과 夫人은 그 막내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부대에서는 그 막내아들을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는 품신을 올리고 있었다.
金兄은 이 장례를 집권한 목사님에게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말씀을 건네어 주었다.
“내 막내아들은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말씀을 듣건대, 대학병원에는 시신이 모자라 많은 곤란을 받는다고 하니 제 막내아들을 기증하겠습니다. 어느 대학교의 병원이라도 좋으니 목사님이 말씀을 드려 다른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뜻을 부디 저버리지 마시고, 제 막내아들이 부활(復活)하게 도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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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7 화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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