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왜구의 빈번한 침략으로 보령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해안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조선은 건국과 함께 우리나라 해안의 방어를 위해 각도에 수군절도사를 두고 해안을 방어하였다. 특히 남해안의 전라도와 경상도는 왜구의 내습이 잦아 도에 수영을 둘씩 두었다. 그래서 전라우수영, 전라좌수영이 있는 것이다. 우리 충청도에는 수군절도사를 1명 두었는데, 그 수군절도사가 충청도 해안을 방어하던 곳이 바로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인 것이다.
지난 3월 25일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들의 충남지역 답사과정 중에 필자가 보령지방을 안내하게 되었다. 부여에서 출발, 4시 30분 경 성주사지를 둘러본 후, 이왕 보령에 왔으니 충청수영성지를 둘러보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역사 전공의 교수나 학생 모두 충청수영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놀라워 했다.
오천의 충청수영 서문, 유격장군계금청덕비, 성벽, 객사 등을 안내하니 모두가 감탄하였다. 남해안에 있는 수영의 유적은 별로 남아있지 않은데, 이곳 오천의 충청수영은 많은 유적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다음에는 답사코스에 꼭 넣어야겠다고 하였다.
많은 유적이 현존함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은 물론 역사 전공의 교수들조차 충청수영지를 잘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의 명칭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충청수영지에 있는 문화재의 명칭을 검토해 보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몇 가지 문화재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오천성(鰲川城)
우리는 대개 충청수영의 성곽을 오천성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냐하면 1973년 12월 24일 충청남도 기념물 제9호로 등록하면서 「보령 오천성(保寧 鰲川城)」이라고 했고, 그 뒤부터는 아무 비판 없이 안내판이나, 보령시·대천문화원에서 발간하는 책자 등에 「보령 오천성(保寧 鰲川城)」이라고 표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령 오천성(保寧 鰲川城)」은 보령시 오천면 지역에 있는 성이라는 의미일 뿐, 어떤 역할을 했던 성인지를 말해주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의 명칭은 문화재의 의미나 성격을 가장 잘 축약해서 나타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천 지역은 조선시대에 수군절도사가 충청도 여러 속진을 지휘하여 충청도 해안을 방어하던 ‘충청수영’이 위치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가장 중요하고, 이러한 사실이 문화재의 명칭에 담겨 있어야 된다고 본다. 따라서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이라고 해야 맞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도로에서 안내판을 보았을 때, ‘보령 오천성’은 산성(山城)인지, 진성(鎭城)인지, 읍성(邑城)인지 몰라 수많은 성(城) 중의 하나로만 가볍게 인식되어 지나치게 되나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하면 문화재의 성격이나 중요성을 바로 알고 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
‘충청수영성’이라는 명칭은 오천이 충청도 해안 방어의 최고 거점이었다는 사실과 바닷가임을 나타내주어 문화유적도 보고 횟집도 찾으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많이 방문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라남도 진도대교 옆에 전라우수영자리가 있는데 그곳의 안내판도 분명 「전라우수영지」라고 되어 있다.
3. 오천현 관아(鰲川縣官衙)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36호로 ‘오천현 관아(鰲川縣 官衙)’가 등록되어 있다. 보령시 사이버 박물관의 설명에 의하면 오천현 관아로 등록된 문화재는 장교청·진휼청·공해관으로 되어 있다. 「오천현 관아(鰲川縣 官衙)」라는 문화재의 명칭이 주는 의미는 오천면 지역에 옛날에 ‘오천현’이 있었고, 그 당시 건물인 장교청·진휼청·공해관이 현존하여 충청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보령 지역에 오천현이 있었을까? 오천에는 주민을 다스리던 행정중심지가 아닌 방어기능을 했던 충청수영이 있다가 1895년 7월 삼도통제영(三道統制營)과 각도의 수영(水營) 이하 모든 진영(鎭營)을 해체하는 바람에 해체되었다. 이후 1901년 보령군의 현 오천면 지역과 결성군의 현 천북면 지역을 떼어와 오천군을 신설하고, 현재 전라북도 연도, 어청도, 태안군 안면도, 현재 보령시에 속한 여러 섬들을 오천군 관할 구역으로 하였다.
당시는 이미 「현(縣)」제도는 폐지되고 「군(郡)」제도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건물들도 오천군 청사로 사용되기는 하였지만, 당초에 충청수영의 중요 건물로 만들어지고 기능을 했기 때문에 충청수영의 건물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따라서「오천현」은 잘못된 말이고 「충청수영」이라고 해야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아(官衙)」의 사전적 의미는 ‘관원이 모여 나라 일을 다스리던 곳’이다. 즉, 현감이나 관찰사가 근무하던 곳을 말하는 것이다. 충청수영은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바다를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군사기지였으므로 충청수영의 건물을 「관아」라고 부르는데는 어딘가 어색함이 있다.
따라서 「오천현관아」를 「충청수영 영사(忠淸水營營舍)」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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