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웅천읍폐기물매립장증설 반대투쟁위원회(반투위)’ 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는 큰 마찰없이 조용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간간히 터져나오는 주민들의 격앙된 목소리를 통해 업체와 시당국을 향한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 웅천은 전쟁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반투위의 활동을 저지하려는 업자측의 집요한 방해공세와 증설허가를 관철시키려는 시당국의 피나는(?) 노력과 맞서 싸워야 하는 반투위의 투쟁이 눈물겹기까지 할 정도다.

게다가 주민들 편에서 행정을 펼쳐야 하는 시당국은 다수의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구실로 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공룡과 힘겨운 전쟁을 하고있는 웅천주민들의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주)보령화성산업이 지난 96년부터 산업폐기물처리장을 허가받아 운영해 오다가 1차 사업이 종료되자 다시 증설허가를 신청한 것을 신준희 전 시장이 불허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 2심에서 패소한 사안을 지난 2003년 3월 업체가 다시 증설허가를 요청하자 더 이상의 혐오시설은 안된다고 웅천 주민들이 이에 반대,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안을 놓고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이시우 보령시장이 2003년 7월 18일 대천역 광장에서의 주민반대집회시, 11월 6일 시청 앞에서의 집회시, 그리고 금년 1월 17일 웅천읍 연두순방시 등 여러차례에 걸쳐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 결과에 따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도시계획위원회는 자문 역할만 하기 때문에 된다, 안된다를 결정하는 권한이 없어 자문 결과를 충남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심의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말은 해야 맛이고 음식은 씹어야 맛’이라고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은 말에 대한 경고일터….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실시된지도 10년을 넘겼다.

지방자치의 주권자는 지역주민이지 시장(市長)이나 관료가 아니다. 주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민들의 위임을 받아 주민을 대표해 주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대(代)집행자에 다름아니다.

단체장은 지방정무직 공무원의 신분으로 공무원법이 정한대로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지방공무원법 제2조, 제51조)

이시우 시장이 주민 편에서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진정한 목민관이라면 지난 12일 열렸던 도시계획위원회의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그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다면(그렇게 확인되고 있다) 수차례에 걸쳐 주민들에게 약속한대로 여기서 매듭을 끊어주기를 촉구한다. 충남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동안 웅천읍민들이 받은 상처를 사랑으로 보어 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웅천을 ‘제2의 부안’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