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10 화 13:48
의정비, 시립노인병원
 
> 뉴스 > 교육/문화
     
[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한기호의 <출판인 한기호의 열정시대>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9년 02월 25일 (월) 10:55:1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우연한 만남
 주교에 가면 주교마트 뒤쪽에 청소년 공부방이 있다. 그 동안 쓰지 않고 방치된 건물을 리모델링 해서 지역 어른과 아이들의 독서와 공부, 그리고 휴식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정월 대보름날 내가 속한 책모임이 이 곳에서 독서 토론을 했다. 새 집 냄새가 물신 풍기는 공간은 책들로 채워져 있었다. 책들을 훑어 보았다. 1층은 어린이 도서가, 2층은 어른들 도서가 있었다. 그 중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나와 비슷한 중년의 남자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데 제목이 좀 찬란 유치했다. “열정시대라니..”
 책을 짚었다. 창작과 비평사가 나오고 공주사대가 나온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고, 반골기질이 다분하며 또한 술을 좋아한 이 사람. 1982년부터 15년간 창비에서 영업맨으로 활동했단다. 기획과 출판이 아니라 책을 파는 영업이라~! 일독의 땡김이 왔다. 아직은 체계가 안 잡혀 대출은 안 된다는 주인장의 말을 무시하고 몰래 가방 속에 이 책을 집어 넣었다.

■ 책장사
 85년 봄 대학 1학년 때, 난 창비전집을 샀다. 교내 잔디에서 봄 볕을 즐기고 있는데, 바바리 차림의 후줄근한 학생 같지 않은 사람이 접근해 왔다. 그는 창비를 파는 영업맨이었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각 대학 앞에는 인문서점들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다. 모든 서적은 검열을 받아야 했다. 선배들은 일본 서적을 복사제본해 읽었다. 판금서적을 몰래 판 서점과 출판사 대표들은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창작과 비평사는 검열 위반으로 폐간되고 창작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당시 창비는 한길사와 더불어 80년대를 이끄는 인문출판사의 상징이었다. 민중과 민족 정신에 입각해 꼭 읽어야 되는 책을 수익을 떠나 출판한다는 정신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흐름과 맥을 같이 했다.
 저자는 바로 그 역사의 현장을 같이 했다. 그는 80년 신군부에 의해 징역을 살았고, 제적이 되었다. 야학 교사도 했고 방문 영업도 했다. 그리고 청주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창비의 눈에 띄어 영업사원이 되었다. 그는 창비의 출판 정신에 격하게 동의하고 직장일을 자신의 일로 삼아 전국을 누볐다. 읽는 이의 입장에선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활약이었다. 80년대 출판업의 면모를 새삼 알게 되었다.

■ 베스트셀러
 창비는 80년 인문시대의 힘으로 버텨 오다가 91년 <소설 동의보감>이라는 베스트 셀러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이후 93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4년 최영미 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95년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만들어 냈다. 거기에 저자가 있었고, 영업의 힘이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책이 잘 팔리는 이유의 80%는 책이 좋기 때문이다. 내용이 시대에도 맞아야 한다. 그러나 마케팅적 요인인 20%가 잘못되면 80%가 제로로 변할 수도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애초 제목은 <마지막 섹스의 추억>이 될 뻔 했단다. 영업적 관점에서 제목이 어떠냐에 따라 흥망이 달라질 수 있겠다 싶다.

■ 출판 유통의 미래, 독자
 이 책은 2006년에 나왔다. 12년이 지난 지금의 출판 유통은 어떠한지가 궁금하다. 저자는 당시 창비를 나와 출판유통을 선진화하는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보면 그는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각 종 강연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의 건강과 건투를 빈다.
 그리고 앞으로 책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본다. 편집과 유통, 그리고 영업은 AI와 로봇등 새롭게 구축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변화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핵심 하나는 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것이 책이든, 화면이든, 오버헤드프로젝트이건, 누가 대신 읽어 주든지 간에 핵심은 누군가 읽는다는 것이다. 하여 영업의 핵심은 사람들을 독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책은 절대가 아니다. 우리 세대에게 책은 지금 젊은 친구들의 인터넷 게임과 같았다. 오죽 했으면 부모님들이 책 읽지 말고 공부하라 했을까. 당신들도 사랑방에 모여 새끼 꼬며 막걸리에 동치미 먹으며 재담꾼의 이야기에 푹 빠져 봤지 않았는가. 세대마다 매체가 달라질 뿐이다.
 하여 모든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없고 읽기를 강요하면 안 된다. 읽도록 해 주는 것이 출판 영업의 미래다. 사람들을 독자로 만드는 것, 독자가 될 수 있도록 환경과 매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영업이다. 당위가 아니라 재미로 사람들을 독자로 만드는 것이 영업의 미래다.    

보령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보령신문(http://www.charm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의견쓰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가장 많이 본 기사
[박종철 칼럼]보령시의 귀농귀촌사업
'링링', 추석 앞둔 보령 '강타'
따뜻한 한가위 되세요!
시, 추석 연휴 비상진료체계 가동
민속문화보존회, 이웃돕기 물품 전달
"대천농협, 비상하자 2020"
시, 지방이양사업 예산 확보에 총력
시, 찾아가는 읍면동장 토론회 개최
시, 농·특산물 활용 창업 활성화
불합리한 규제를 찾아내자!
 
우편번호 33436 충남 보령시 신설 3길 11, 1층(동대동, 모스트센터) | Tel: 041)936-0005 | Fax:041)935-1356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중
Copyright 2009 보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jong86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