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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한기호의 <출판인 한기호의 열정시대>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9년 02월 25일 (월) 10:55:1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우연한 만남
 주교에 가면 주교마트 뒤쪽에 청소년 공부방이 있다. 그 동안 쓰지 않고 방치된 건물을 리모델링 해서 지역 어른과 아이들의 독서와 공부, 그리고 휴식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정월 대보름날 내가 속한 책모임이 이 곳에서 독서 토론을 했다. 새 집 냄새가 물신 풍기는 공간은 책들로 채워져 있었다. 책들을 훑어 보았다. 1층은 어린이 도서가, 2층은 어른들 도서가 있었다. 그 중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나와 비슷한 중년의 남자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데 제목이 좀 찬란 유치했다. “열정시대라니..”
 책을 짚었다. 창작과 비평사가 나오고 공주사대가 나온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고, 반골기질이 다분하며 또한 술을 좋아한 이 사람. 1982년부터 15년간 창비에서 영업맨으로 활동했단다. 기획과 출판이 아니라 책을 파는 영업이라~! 일독의 땡김이 왔다. 아직은 체계가 안 잡혀 대출은 안 된다는 주인장의 말을 무시하고 몰래 가방 속에 이 책을 집어 넣었다.

■ 책장사
 85년 봄 대학 1학년 때, 난 창비전집을 샀다. 교내 잔디에서 봄 볕을 즐기고 있는데, 바바리 차림의 후줄근한 학생 같지 않은 사람이 접근해 왔다. 그는 창비를 파는 영업맨이었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각 대학 앞에는 인문서점들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다. 모든 서적은 검열을 받아야 했다. 선배들은 일본 서적을 복사제본해 읽었다. 판금서적을 몰래 판 서점과 출판사 대표들은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창작과 비평사는 검열 위반으로 폐간되고 창작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당시 창비는 한길사와 더불어 80년대를 이끄는 인문출판사의 상징이었다. 민중과 민족 정신에 입각해 꼭 읽어야 되는 책을 수익을 떠나 출판한다는 정신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흐름과 맥을 같이 했다.
 저자는 바로 그 역사의 현장을 같이 했다. 그는 80년 신군부에 의해 징역을 살았고, 제적이 되었다. 야학 교사도 했고 방문 영업도 했다. 그리고 청주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창비의 눈에 띄어 영업사원이 되었다. 그는 창비의 출판 정신에 격하게 동의하고 직장일을 자신의 일로 삼아 전국을 누볐다. 읽는 이의 입장에선 마치 무협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활약이었다. 80년대 출판업의 면모를 새삼 알게 되었다.

■ 베스트셀러
 창비는 80년 인문시대의 힘으로 버텨 오다가 91년 <소설 동의보감>이라는 베스트 셀러로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이후 93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4년 최영미 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95년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만들어 냈다. 거기에 저자가 있었고, 영업의 힘이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책이 잘 팔리는 이유의 80%는 책이 좋기 때문이다. 내용이 시대에도 맞아야 한다. 그러나 마케팅적 요인인 20%가 잘못되면 80%가 제로로 변할 수도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애초 제목은 <마지막 섹스의 추억>이 될 뻔 했단다. 영업적 관점에서 제목이 어떠냐에 따라 흥망이 달라질 수 있겠다 싶다.

■ 출판 유통의 미래, 독자
 이 책은 2006년에 나왔다. 12년이 지난 지금의 출판 유통은 어떠한지가 궁금하다. 저자는 당시 창비를 나와 출판유통을 선진화하는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보면 그는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각 종 강연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의 건강과 건투를 빈다.
 그리고 앞으로 책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본다. 편집과 유통, 그리고 영업은 AI와 로봇등 새롭게 구축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변화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핵심 하나는 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것이 책이든, 화면이든, 오버헤드프로젝트이건, 누가 대신 읽어 주든지 간에 핵심은 누군가 읽는다는 것이다. 하여 영업의 핵심은 사람들을 독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책은 절대가 아니다. 우리 세대에게 책은 지금 젊은 친구들의 인터넷 게임과 같았다. 오죽 했으면 부모님들이 책 읽지 말고 공부하라 했을까. 당신들도 사랑방에 모여 새끼 꼬며 막걸리에 동치미 먹으며 재담꾼의 이야기에 푹 빠져 봤지 않았는가. 세대마다 매체가 달라질 뿐이다.
 하여 모든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없고 읽기를 강요하면 안 된다. 읽도록 해 주는 것이 출판 영업의 미래다. 사람들을 독자로 만드는 것, 독자가 될 수 있도록 환경과 매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영업이다. 당위가 아니라 재미로 사람들을 독자로 만드는 것이 영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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