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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가을, 그 추억을 위한 상념
2018년 10월 16일 (화) 11:48:02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안사람에게

오늘 집에서 보낸 서신과 선물을 받았소. 당신이 봄밤 내내 바느질했을 시원한 여름옷은 겨울에야 도착을 했고 나는 당신의 마음을 걸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머리맡에 병풍처럼 둘러놓았소. 당신이 먹지 않고 어렵게 구했을 귀한 반찬들은 곰팡이가 슬고 슬어 당신의 고운 이마를 떠올리게 하였소. 마음은 썩지 않는 당신 정성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워 집 앞 붉은 동백 아래 거름되라고 묻어주었소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일 것이오. 내 마음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소, 문을 열고 어둠 속을 바라보았소. 바다가 마당으로 몰려들어 나를 위로하려 하오 섬에는 섬의 노래가 있소 내일은 잘 휘어진 노송 한 그루 만나러 가난한 산책을 오래도록 즐기려 하오 바람이 차오 건강 조심하시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1842년 11월 제주 유배지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 그러나 부인은 편지가 도착하기 하루 전 별세했다. 고향에서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짧은 글이지만 가슴을 저미는 촉촉함이 목젖을 치민다. 유배생활에서 겪었을 고독과 함께 삶의 적막이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군자다운 학자의 여유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추사’의 삶을 본받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어느덧 감나무 감들이 주홍빛을 띄기 시작했다. 만추를 향한 산맥도 분칠에 들어간 지 오래다. 화창한 날시, 오랜만에 시가지를 걷다보니 엄마 손을 꼭 잡은 어린 아이와 세월을 말해주는 낡은 지팡이, 줄지어 걸어가는 유치원 꼬마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글픈 삶을 짊어진 노약자와 희망을 잃어버린 맥 풀린 눈동자.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사람도 어디를 오가는지 분주하다.

아마 5일 장이 서는 날이라 사람 냄새가 더 크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문득, 이 모두가 한 폭의 수채화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볼 폼 없이 흩어져 뒹굴어도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세월. 그 세월을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또 욕심과 시기와 자만과 교만에 빠져 나 스스로가 먼저 주변과 담을 쌓은 것은 아닌지 한 번 쯤 돌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다음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리운 사람과 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녹차향이나 도토리묵 한 접시에 동동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더 좋지 않을까.

아니면 첫사랑과 같은 고운 추억의 여인을 생각하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 보자. 갈등과 논쟁, 가족을 위해 짊어진 무거운 등 짐 하나까지 모두 내려놓고 말이다. 그렇게, 그렇게 훌쩍 떠나서, 추사처럼 애틋한 사연이나 희망의 노래 한 소절 곱게 적어 그리운 이에게 띄어보자.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에게, 또는 군대에서 고생하고 있을 아들놈에게 말이다. 그러면서 영원히 오지 않을 2018년의 가을 추억을 차곡차곡 갈무리 해 보자. 먼 훗날 이마에 주름이 더 늘었을 때 틀림없이 아름다고 멋진 일기(日記)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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