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삶의 속도를 줄이면, 행복의 방향이 보입니다"이다.

날 그냥 ‘내 버려 둬!’
 삶의 속도를 선택한 사람. 슬로우라이프. 느림보. 책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단어들이다. 지은이는 삶의 속도는 느릴수록 좋은 것 이라고 역설한다. 행복의 방향은 나와 이웃과의 관계, 자연과의 화해를 통해 평화를 얻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참 따뜻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울러 이 책으로 인해 내 자신이 따뜻한 위로 받았다는 것을 살짝 고백 해본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삶이 있었던 거구나. 난 왜 항상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난 왜 항상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동안 왜 바쁘지 않으면 무엇인가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는 조급함으로 살았을까? 이 책의 내용처럼 ‘날그냥 내버려 둬!'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허투루 쓴 하루의 휴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그래 본 적 있다. 선물처럼 받은 하루의 휴가. 계획 없이 생긴. 누군가 나에게 백만원을 조건 없이 준 것처럼, 처음엔 뭘 해야 할까 고민했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로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싶었다. 대전가는 버스를 타고, 그 곳에서 지인을 만나 하루종일 정말 쓸데없는 일에 몰두하며 재미있게 보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놀기 위해, 내 즐거움을 위해 오늘 하루를 온전히 써 버린 것에 대해 얼마나 큰 희열이 느껴지던지. 아마 그때 날 본 사람이라면, 내 이마가 광채로 뒤덥힌 걸 보았을 텐데....ㅋ.

천천히 사는 삶(슬로우라이프)은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
 사실은 하루라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날 보고 일년 내내 그리 살라 했다면 난 무기력에,나태함에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나는 슬로우 라이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함으로서 싹은 틔웠다. 이 싹이 제대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 게으른 나를, 나태한 나를 이렇게 느리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책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인정해야 평화가 오고, 나의 평화가 곧 이웃의 평화이며, 이웃과의 평화가 이루어졌을 때 자연과의 평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평화가 충만할 때 비로소 우리는(나는) 행복해 질수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산다는 것은 최소한의 것만을 가지고 최대한 자연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갖기 위한 삶과는 차이가 있다. 이때 생각과 생활방식이 다른 이웃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이웃과 더불어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중요한 삶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꼭 천천히 사는 삶(슬로우라이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은 부딪침 자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부딪침에서 내가 다치지 않으려면, 상대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상대를 인정 하게 되면 배려는 당연히 뒤따라오는 수순이다. 사람에 대한 배려 뿐 아니라, 동,식물 즉 자연에게 배려하게 된다. 이 배려야 말로 타인에 의해서 다치는 마음을 덜 다치게 하고, 자연에 의해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을 방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슬로우 라이프라 하겠다.
 간혹 분노나, 미움 때문에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한발 물러난 자세로 나를 객관화 시켜 바라보아야 한다. 너는 지금 왜 화가 난 거니? 다른 방법은 없었던 거니? 이런 훈련을 통하면 차츰 분노와 미움을 다스릴 수 있게 되고, 타인 때문에 내 마음이 다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반면에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은 배가 시킬 수 있다.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이 진정한 자존심
 이해는 내 뜻과 맞아야 가능한 선택의 사항이지만, 인정은 조건 없는 수용을 뜻한다. 이때 흔히 자존심 상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왜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것일까? 자존심이란 무엇일까? 자기의 중심 마음이라고 정의 내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존심이란 어떤 대상이 있어 비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중심임으로 그 어떠한 외부의 충격으로도 상할 수 없는 것이다. 타인은 나를 갑, 을, 병 등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나와 다르다하여 기분 나빠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므로, 그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나' 자존심인 것이다. 따라서 자존심은 타인에 의해서 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 앞으로는 ‘자존심 상한다’라는 말은 쓰지 않기로 하자. ^^  내적으로 성숙해 지면,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도 않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자존심이다.

슬로우라이프는 용기다.
 도법스님의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지리산을 찾은 뜻있는 몇몇 분들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지 못해 공동체를 떠났다고 한다. 어느 순간 생각이 지각변동을 일으켜 가족을 동반해 일상의 틀을 깨고 신념을 찾아 귀농을 했다가도 이상과 현실이 맞지 않아 다시 되돌아 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니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슬로우라이프는 나만의 독자적인 생활이지 타인과 비교대상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인정해주지 않는 이웃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용기를 내어 생활한다면 뜻을 이룰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사는 삶(슬로라이프)의 출발점은 현재 있는 상황에서 나를 키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데 성공한다면, 굳이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 도를 닦을 필요가 없게 되고, 일상의 공간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슬로라이프의 도착점 역시 마음의 평화이다. 조금 덜 갖고, 덜 소모하고, 욕심을 버리는 삶을 살아내며 더불어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 당장 이런 삶이 어렵다면 바쁜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긴장을 늦추고, 천천히, 어슬렁 어슬렁, 그냥 내버려 둬, 라는 단어들을 간간히 되뇌이며, 빨라지고 조급해 지려는 내 마음에게 ‘괜찮아, 늦어도 괜챃아, 느려도 괜찮아’를 속삭여 주시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렇다. 아이에 대한 욕심을 버릴 것(늦어도,느려도 괜찮아, 라고 말해줘야지)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고민할 것,
 마흔 즈음에 삶의 방향을 어디로 맞춰야 하나 하는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서 막연한 생각들이 명료해 지고 맑아졌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