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도보여행가와 일본의 실천적 지성인과의 만남
 이 책은 한국의 도보여행가 김남희와 일본의 대안적 삶을 실천하는 쓰지 신이치교수가  부탄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자연 길을 함께 걸으면서 그 느낌을 기록한 기행문이다. 그들은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개발을 통한 성장의 한계’를 깨닫고 ‘인간의 욕망을 한 없이 부추키는 자본의 논리’를 경계한다. 속도와 경쟁이 갖는 사회의 병폐를 이야기 하고 풍요로움이 갖는 환경의 파괴와 지속 불가능성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좀 더 느리게 걸어가는 삶, 남들과 다른 길로 가는 삶’에 대해 모색을 한다. 그들은 주류의 입장에서 문명비판자요,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의 주류가 망가지고 망가져서 다급하게 무언가를 찾을 때 그 답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간다고 이야기 한다.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책에서 하나하나 제시하고 있다.

■ 국민행복지수의 나라,부탄
 먼저, 부탄에서는 직접 몸을 쓰고 자연과 같이 살아가는 오지의 사람들을 소개한다. 또한 국민행복지수를 국민총생산보다 더 우선시하는 부탄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노동과 놀이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돈보다 인생을 중히 여기며 ‘신화와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그 곳’에 대비해서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니체의 표현을 빌려 “자기 자신을 박탈당했고, 매일 사용되어 닳아지는 것이 되도록 교육받았으며 그것을 의무로 받아들이게 된 삶”을 살고 있다고 일갈한다.

■ 강원도,지리산,제주도,안동의 한국
 그들은 한국에서 강원도와 지리산,제주도,안동을 방문한다. 강원도에서는 곰배령의 산길을 걷고 산골마을의 느리게 사는 모습을 들여다 본다. 신이치는 철책선 너머의 북한 땅을 바라보며 조선인이었던 아버지를 회상한다. 지리산에서는 귀농한 가족의 삶을 들여다 보고 생명평화활동의 중심인물인 도법스님과 대화를 나눈다. 김남희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지리산의 모성애에 감사하고 신이치는 그 산에 스며있는 비극의 한국현대사를 배운다. 제주도에서는 올레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4.3항쟁의 역사성을 체험한다. 안동에서는 한옥과 전통의 멋을 감상하지만 보수적인 유가의 일본비판을 가감없이 기록해 낸다.

■ 홋카이도,오사카,나라의 일본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와 오사카,그리고 나라를 방문한다. 홋카이도에서는 정신분열증 환우들의 모임인 베델의 집과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의 삶을 소개한다. 또한 오사카에서는 자이니치 인권운동가인 조박을 소개하고 그에게서 일본내 자이니치문제를 들어 본다. 나라에서는 자연농법의 대가인 가와구치와 대화한다. 김남희는 야쿠자 패 생활을 하다가 공정무역 활동을 하게 된 나카무라 요이치와 기막힌 인생유전을 경험하다 운명적으로 만난 말을 통해 말치료의 영역을 개척한 요리타 가즈히코를 소개한다. 이들의 삶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여정이었으나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고 내면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한다.

■ 평화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
 저자들은 3년에 걸친 여행을 통해 독자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결국 이 책은 평화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행복이 관계맺음이라는 것이다. 나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맺음이 평화로울 때 행복 할 수 있음을. 삶의 속도와 행복의 방향을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음을. 그렇게 스스로 설정한 속도와 방향이 인생을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 시스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이 책은 사실 기행문을 표방한 인물소개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삶과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그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스스로 만든 규제와 기준에 억눌려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비록 그들처럼 살 수는 없어도 지금 현재 여기에서 자유와 평화,그리고 행복을 설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단초를 엿볼 수 있는 문장이 있다. “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하나의 세계를 벗어나도 세계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어떤 시스템에서 탈락하고 낙오했다고 결코 인생이 실패한 것이 아님을.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이 아니라 시스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것을.”

■ 여행과 일상의 불협화음
 물론 이 책의 한계도 있다. 여행과 일상의 불협화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지나가는 사람이다. 사색은 하되 그 대상과 하나가 될 수 없다. 그들이 걸을 때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었고 그들이 바라보는 평화로운 풍경의 마을에는 지지고 볶고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자도 여행이 직업이 아닌 이상 일상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여행에서 평화와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그 기준을 일상으로 끌고 오면 그것은 또 다른 가치와 체계고 이념이다. 나아가 폭력이다. 평화와 행복은 삶의 태도여야 한다. 그 구체적 선택은 일상을 사는 우리 각 자의 몫일 뿐이다. 그래서 여행자의 시선에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단지 참조할 뿐이다. 내 안의 삶을 바라보며 스스로 멋진 여행을 계획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