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이 된 정서 장애 아동(자폐 증후군)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큰 아들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생후 약 30개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된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을 생각해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정서장애라는 일반적으로 생소하게 알려져 있는 용어 자체에 무지하였던 나와 아내는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닫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장애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특히 집사람을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뜨렸고, ‘자폐 아동을 둔 집안은 자폐 가정이 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장애 판정이 나면서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각종 진단이나 좋다는 방법을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집사람은 다 해보려고 하였다.
이에 따른 시간과 노력은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말기 불치병 환자의 가족이 겪는 임종시까지의 투병기간이 보통 한정적인 것에 반해(1년~5년), 자폐 증후군의 경우 그 기간이 평생을 간다고 비유한다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라고 할까?
이러한 고통의 시간은 아이가 성장할수록 더 커져가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절망의 이면에는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집사람과 나는 성공적인 치유 사례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보령의 장애인 복지관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때여서 어쩔 수 없이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밀집한 서울에 아이와 집사람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특수 교육, 통합 교육이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던 나에게는 이와 같은 방법이 현존하는 유일한 정서장애 아동 전문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와 관련하여 조기 특수교실, 일반 통합 유치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교육 기관(서울, 인천)을 찾아 맹모삼천지교를 행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년간에 걸친 이러한 프로그램을 아들 아이가 비교적 잘 따라주어 초등학교의 일반 통합을 고려할 즈음 대도시의 초등학교에 일반 통합을 시키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폐 증후군 아동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환경 적응에 실패하면 오히려 퇴행 현상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40명 가까운 학급 편성이 되어있는 도시 초등학교에서는 장애 아동 통합 교육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교육 조건이다.
심지어는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통합 교육을 실시하는 인천 만수동의 어느 초등학교의 운영 사례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소개되자 제주도에서 이사를 오겠다는 가정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나의 직장 근처에 있는 보령시 외곽의 초등학교들의 교육 여건이 통합 교육체계에 아주 잘 맞고, 교장 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한 가족과 같이 지도해 주신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교장, 교감 선생님의 자상하신 배려 하에 특수 교사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여 오셨고, 특히 중요한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아주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다.
입학식을 치른 후 예상대로 1학기까지는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초조함의 연속이었지만, 몇차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아들 아이는 안정을 찾아 갔다. 현재 2학년으로 올라가서는 많이 상태가 양호해져서 비교적 마음 고생을 덜 하는 편이다. 지금의 아들 아이를 지도하기 위해 서울 사당동의 치료 레크레이션 센터, 인천 관교동의 베데스다 유치원, 만수동의 성광 유치원, 간석동의 다지기 특수 교실, 보령의 장애인 종합 복지관, 보령시 주포면의 주포 초등학교 등 여러기관의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지도에 지면을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나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장애를 발견하여 고민하고 있는 가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ahndj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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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 목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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