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가 울린다.
‘여보세요’하니 대뜸 아빠 바꾸란다.
순간 벙벙해진다.
물론 아이가 받은 줄 알고 하는 소리다. 나중에 실수한 줄을 알고는 누구라고 밝힌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이해(?)를 한다면 다급한 내용도 아니었고 그렇게까지 했어야 할 아무 것도 없었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어른을 몰라본다”고 한다.
효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가르쳐야만 한다며 심각성을 토로 하신다.
물론 필요하고 해야만 한다.
효라는 것은 아랫사람들이 해야 하는 거지만 어른들이 먼저 받을 줄부터 알아야 된다며 나는 강변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옆 사람도 동조한다. 의자에 앉아 있는 학생에게 어른앞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먼저 높이는 분께 효를 보내라면 아이들이 수긍할까?
앞서 얘기한 전화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어린아이가 받더라도 아와 어의 차이는 판단하며 또 바꿔 주면서도 가벼운 비판은 하고야 만다.
모든 것이 개방되어 있고 수많은 유혹의 손길 속에서 어느 정도의 아이들이 소신을 갖고 취사선택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꾸밈없고 티없이 자랄 수 있다는 환경이 있다는 건 요즘이야말로 선택받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주의 책을 읽어 주기 위해 모임에 나가는 할머니, 주인이 외출한 줄 알고 떡을 했다며 아예 몇 쪽 떼어 부엌에 얌전히도 갖다 놓는 이웃의 눈길이 더욱 선해 보이기만 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본다.
아이들에게 비쳐져야 할 이런 모습이 자꾸만 적어지는 기회들이기에 부모들의 몫은 더욱 많아진다.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조금은 배려했던 마음이었다면 최소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우리들보고는 하지 말라고 해 놓고 어른들은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창공을 장식하며 복사꽃을 피우고 있던 4월의 훈풍은 모두가 한마음이라며 나비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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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 목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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