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예산보성초 교장 자살 사건과 관련 전교조 외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 교장을 만나 사실 조사에 나서는 등 개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서 교장이 자살 전까지 전교조의 대응 활동외 교총측 대응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한편 교총은 보성초 문제와 관련 학교내 문제로 당사자간 해결하여야 함에도 전교조가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해 왔었다.
충남교총에 따르면 교총은 지난 달 22일 예산에 있는 회원으로부터 보성초 문제와 관련 ‘전교조로부터 부당 간섭을 받고 있으니 교총이 나섰으면 한다’는 내용을 유선을 통해 접수 받았다.
이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다 지난 달 31일 오후 2시 충남교총 사무총장과 총무부장이 보성초를 방문, 서 교장을 두 시간 동안 면담하는 등 현지 출장에 나섰다.
이와 관련 교총측이 자체 작성한 ‘보성초 사건 내용’ 문건에 따르면 교총측은 이날 서 교장으로부터 ‘차 접대 강요나 교권침해, 전교조 비하발언은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서 교장에게 ‘차후 학교장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공개에 대한 전교조 문제는 충남교총이 처리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교총측이 이날 전교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서면 사과 요구 등에 거부할 것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 나섰던 충남교총 최 사무총장은 “사실 확인 차원에서 조사를 나가 각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서면사과 거부 등 사견을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교총은 이날 조사 내용을 지난 1일 교총에 보고했고 교총은 지난 2일 자체 논의를 통해 쟁점이 되고 있던 차 접대 강요나 교권침해 등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 짓고 서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교총에서 대응할 예정”임을 전달했다.
한편 교총은 자체 작성한 이 보고서를 통해 “서 교장의 죽음은 사실상 책임지고 사과할 일이 없음에도 오도된 언론과 사실을 왜곡한 특정단체의 집단 행동으로 교권을 침해 당해 마지막 수단으로 택한 것으로 유추된다”고 결론 짓고 있다.
△ ‘차시중 강요’에서 ‘자녀 학교 안보내기’까지
예산보성초등학교. 새 학기가 시작 된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4일 이 학교 서승목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학부모들이 서 교장의 자살의 원인으로 전교조를 비롯 이 학교 기간제 여교사와 같은 학교 전교조 소속 교사 2명을 지목하고 지난 6일부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유족들대로 지난 6일, 전교조 충남지부 간부 2명과 기간제 여교사 등 5명을 명예훼손 및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 교장의 죽음은 학무모와 유가족들 주장처럼 “공갈과 협박에 의한 전교조의 과잉 대응 때문인가(?)”
학교와 전교조충남지부 등에 따르면 문제가 처음 외부로 알려진 것은 지난달 20일 이다. 지난 3월 1일부터 기간제 교사로 계약을 체결한 진모(여·29) 교사가 3학년 담임을 맡아 일하다 이날 사표를 제출하고 충남교육청, 전교조충남지부 등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
△ “차 시중 거절하자 교권침해 했다”
진 교사는 이 글을 통해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이 ‘차 시중을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자 전교조 비하발언을 하고 자신의 수업시간에 들어와 사사건건 문제를 삼는 등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을 만큼 교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24일 사실확인을 위해 이 학교를 방문했다. 26일 서 교장은 교육청 장학사와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처장, 진 교사와 만난 자리에서 진 교사의 복직과 계약서상 ‘접대 및 접대기구(찻잔 등) 관리 조항’삭제를 수용하고 서면사과 또한 받아 들이겠다고 약속한다.
이에 따라 28일 진 교사에 대한 복직 결정이 내려지고 접대 기구 관리 조항은 삭제된다. 그러나 같은 날 이 학교 홍승만 교감은 인터넷을 통해 차시중을 강요한 적이 없고 교권침해도 없었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고 교장에게 “서면사과를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홍 교감은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2월 27일 진 교사에게 ‘다음에 또 채용되도록 잘 보여야 돼요’라고 당부하자 진 교사가 ‘교감선생님 차 한잔 드릴까요?’하고 물어 ‘좋지요. 교장선생님에게도 한잔 드리는 게 어떻겠어요’한 것이 전부”라며 진 교사가 주장하는 3월 7일에는 차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교권침해와 관련해서는 서 교장은 예산교육청의 진상조사에서 “이 교사에게 계약서에 있는 기타업무에 관한 사항을 잘 이행하라고 주지시켰을 뿐이며 수업시간에 들어간 것은 이 교사가 중등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교내 장학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홍 교감의 주장대로 라면 진 교사가 계획적으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지어낸 셈이 된다. 그런데도 교육청과 교장이 서 교사의 복직을 지시하고 결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적어도 진 교사의 핵심 주장이 조작이라 한다면 서면사과는 물론 복직 결정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조사를 진행한 예산군교육청은 교장과 교감만의 진술을 토대로 성차별과 교권침해, 전교조 비하발언은 없었다고 결론짓는다.
△ 서면사과 까지 합의한 교장과 ‘그런 일 없다’고 글 올린 교감
이때부터 전교조충남지부가 외부적 대응에 나선다. 31일 20여명이 예산교육청을 찾아가 항의방문하고 같은 날 지방언론사에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일과 2일 인터넷 신문과 지역언론에 관련 내용이 보도됐다.
다른 한편 전교조 외 초중등 교장과 교총 또한 이 문제에 개입한다. 2일 오후에는 초중등 교장 회의가 열려 보성초 문제가 거론됐다. 지난 달 말, 전국 교장단 2만여명이 가입해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또한 서 교장과 만나는 등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성초 문제를 놓고 전교조의 공개적 대응내용은 알려진 반면 초중등 교장과 교총의 활동내용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4일 아침 서 교장은 돌연 자살한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일부 언론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자살’을 전교조의 ‘월권행위가 저지른 ‘타살’로 규정짓고 만다.
일부 언론은 사건이 일어나자 마자 ‘초등학교 교장, 전교조와 갈등으로 자살’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교조의 활동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등으로 전교조를 사인과 직접 연결 지었다. 이어 서 교장의 다이어리가 발견되자 사건메모를 ‘전교조의 극렬한 공격과 죽음으로 몰고 간’ 단서로 규정지었다. 또 서 교장이 진 교사의 주장을 반박한 메모지와 주변인 진술을 근거로 진 교사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마저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기간제 여교사 차시중 여부를 놓고 벌어진 논란이 서 교장의 자살과 연관이 있다는 정도다. 서 교장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전교조의 서면사과 요구 때문인지, 교장들의 또 다른 집단적 요구 때문인지, 자성의 의미인지, 항변의 성격인지 등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지난 주 서 교장의 부인 김 모(53)씨 등 고소인을 비롯해 유가족, 학교. 교육청 관계자,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 등을 상대로 피해 진술 조서를 받은 데 이어 이번 주부터는 전교조 등 피고소인들을 불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여론재판을 받은 진 교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장선생님의 죽음만 있고 원인은 찾을 수 없다”며 다른 기간제 교사들에게 “ 웬만하면 그냥 참고 지내라고 권하고 싶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충남지역교육시민단체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문제의 핵심은 교사에게 일상적인 차 시중을 요구하는 등 권위적인 위계질서가 학교 내에 관철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교육계의 반성적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지협/심규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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