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아테 아닌/ 거인/ 살인전제(專制) 바리케이드/ 그 간악한 조직의 교두보/ 무차별 총구 앞에/ 돌알로써 대결하는/ 아! 신화같이/ 기이한 다비데군(群)들/
빗살치는/ 총알 총알/ 총알 총알 총알 앞에/ 돌 돌/돌 돌 돌/ 주먹 맨주먹 주먹으로/ 피비린 정오의/ 보도에 포복하면/ 아! 신화같이/ 육박하는 다비데군(群)들/
고(故) 신동문(辛東門)의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群)들-1960. 4. 19의 한낮에」라는 비교적 긴 시 가운데 일부다.
4.19혁명은 1960년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 시민들의 봉기에서 촉발됐다.
마산에서 남원출신의 마산상고 1학년 김주열군의 시신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채 마산 앞바다에 떠오름으로써 촉발된 전국적인 시민들의 봉기는 처음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주도했으나 마침내 대학교수와 일반시민들이 동참해 ‘정권타도’를 실현한 글자 그대로 시민혁명이었다.
그러나 이 시민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혁명의 주체들이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채 야당인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된다. 민주당이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한 틈을타 혁명이 일어난지 1년이 채 못된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소장이 이끄는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그 숭고한 4.19혁명을 ‘의거(義擧)’로 격하시키고 암울한 군사독재시대의 막을 열게된다.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미군정의 힘을 등에 업은 이승만 정권은 국가재건이라는 미명하에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세력을 권력주체로 등장시킴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파괴시킨 결과를 가져오게 했고, 정권을 무력으로 찬탈한 박정희 역시 그 자체가 청산돼야 할 역사였기 때문에 우리의 현대사는 왜곡되고 굴절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역사는 다시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에서 독재에 항거하지만 전두환 신군부세력과 맞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고, 1987년 6.10항쟁에서 시민혁명은 다시 폭발하지만 우리 국민은 청산해야할 과거의 유산들을 화해와 용서로 관용한다.
그 결과 해방된지 5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풀지 못한 숙제를 끝없이 후손에게 물려주는 그런 나라로 남게됐다. 제주 4·3사건, 여·순 반란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의문사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정치는 온 국민의 염원인 개혁의 방향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고, 경제는 IMF사태 당시보다 더 어려워 전체국민 1가구당 3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고, 카드빚 때문에 가정이 붕괴되고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사회는 또 어떤가. 이념대립은 마치 해방 직후 겪었던 좌익과 우익의 극심한 대립과 이에 따른 사상적 혼란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하고 세대간, 지역간, 정파간의 갈등은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심화돼가는 양상이다.
4.19혁명의 역사적 의미는 재론할 필요가 없다. 다만 오늘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4.19 정신을 되살려 오늘의 혼란을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삼는 일이다. 우리는 43년 전 그날의 함성을 국민화합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켜 아직도 미완성인 4.19혁명을 완성시켜야 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황의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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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 목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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