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역출신 소설가 서희작가께서 자전적 성장소설을 냈다. 서희작가는 1981년 MBC라디오 드라마 소재 공모에 당선되었고, 1997년 문예지「정신과 표현」에 단편소설 <늪 속의 사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천동 영번지>, <낯선 길목에서>등의 소설을 발표하였다. 이 소설은 「문학과 지성사」에서 문지푸른문학 시리즈로 나온 청소년소설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이 소설은 보령에 사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향토사(鄕土史)소설이기도하다. 왜냐면, 이 소설의 배경이 보령화력이 자리 잡기 이전 1960~70년대에 존재했던 동틀바다와 수청구지 마을을 시,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은 없어진 그 마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사라졌는지 소설을 읽으면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소설읽기를 통해 보령의 청소년들이 지금 현재 자신의 생활과 비교해 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보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 보았으면 좋겠다.

앉은뱅이 봉희
 소설의 주인공인 봉희는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고모, 삼촌, 언니랑 산다. 가족은 이웃 사람들과 다름없이 소규모 농사도 짓고 갯벌에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고 있다. 봉희는 다섯 살에 소아마비를 앓고 앉은뱅이가 된다. 장애를 갖게 된 봉희는 남의 배려 없는 시선과 생각 없는 말에 상처를 받고 모난 성격이 들지만 할머니와 어머니, 덕배삼촌 등 가족의 애정 어린 도움과 격려로 따뜻한 아이가 되어 간다.
 그녀는 열 한 살 되던 해 너무나 갑갑한 맘에 홀로 마을 밖으로 나가다가 개울 골짜기에 빠져 위험에 처하게 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세상 사람이 내 다리를 가지고 걱정하고 뭐라하는 이유는 앞으로 고단한 삶을 살게 될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임을 깨닫고 남의 말에 앙탈하고 투정한 것’을 부끄러워한다.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함을 깨닫는다.

친구 경자의 죽음
 소설은 가족들과의 일상의 소소한 부딪침과 차이로 발생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특히 이웃집으로 이사 온-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경자와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봉희는 경자에게 양가감정을 가진다. 좋지만 싫은 것. 그것이 소수자의 연대에 나타나는 일반 정서일 것이다. 결국 경자는 결핵으로 삶을 마감하는데, 봉희에게 “수놓는 거 열심히 해... 뭐든 끝까지 하다 보면 최고가 될 수 있을 거야...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