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계속되는 산불 앞에 미국식 합리주의가 슬쩍 꼬리를 내렸다는 기사를 접하고 잠깐 나는 고민을 해본 기억이 있다. 그 사연은 애리조나주에서 산불이 계속되자 미신쯤으로 치부됐던 기우제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시작하여 교회, 학원, 모텔 등에서 비를 위한 기도회라는 대형간판을 설치하는 등으로 주 전역으로 번져 간절한 마음이 실제 빗방울로 바뀔 날이 올것이라는 믿음으로 다같이 기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과학이 발달된 미국에서 전 주민이 마음을 한데 모아가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나는 봄철이 싫다. 언제부턴가 꽃이피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하루속히 지나가기를 바라며 도청 후정에 있는 낙우송잎이 피기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 사연은 낙우송잎과 함께 산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남들은 계룡산으로 계족산으로 건강과 생활의 여가를 즐기기 위하여 가족과 함께 등산을 하는 여유를 가지며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에겐 맡겨진 책무가 산불예방이기에 올해도 사전 산불예방에 최선을 다하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도 우리도에 발생한 산불중 산과 연접지 논밭두렁 태우기가 19건, 청명, 한식일 전후 성묘, 묘지단장 11건 등 44건 전부가 ‘괜찮아’하다가 발생한 실화였다. 가장 가슴 아픈 청양, 예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보면 산불이 얼마나 많은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지 또 환경을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하는지 우리는 당시에는 TV로 신문지상으로 요즈음엔 현지에서 직접 똑똑히 볼 수 있다.
한순간의 사소한 50대 무속인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자연환경 파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 주택 40채, 80명의 이재민들이 소중하게 가꿔온 삶의 터전을 잃었고 수많은 가축들과 산토끼, 노루 등이 화마 속에 시꺼멓게 타 죽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산불의 심각성과 푸르른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미국 애리조나 주민들처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산불조심을 생활화하며 이웃과 산 속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산불조심이 몸에 베일 수 있도록 정신무장을 해주셨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도 해본다.
전자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산불발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논밭두렁 태우기는 올해에는 3월 20일까지 해당 시,군에서 허가를 받아 책임 담당자를 지명하여 마을별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하였고 계획대로 실시하여 준다면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 절반을 없애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나는 현명한 국민들에게 의지하고 싶다. 그래서 금년 봄부터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나도 함께 나누고 반기고 싶은 희망을 가져본다.
또 한가지 가슴 죄이는 사고가 있다. 우리의 고향을 지키며 우리를 키워주시고 우직하게 지금까지 살아오시고 지켜나가시는 어르신들이 기간이 지난 뒤 바람이 부는 따뜻한 날 혼자서 논밭두렁을 태우시다가 산불 발생, 그곳에서 혼자 진화중 화상을 입고 돌아가시는 사고가 매년 한두분 계시는데 금년에는 없기를 기대해 본다.
아름다운 산야는 살아있는 자의 몫보다는 죽은 자의 지분에 무게를 두는 것 같아 산림을 가꾸는 한사람으로서 어딘가 서운한 감이 있다.
어디를 가나 양지바른 산야는 모두 묘지가 차지하고 청명, 한식때 이곳을 찾아 조상을 위하는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와 비례하여 안전의식도 향상되기를 기대하며 올해는 도시락을 지참하여 화기실수로 산불이 발생되지 않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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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 목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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