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고 넉넉한 인심 또한 좋아서 해마다 피서철이면 대천해수욕장을 찾곤 했다.
10여년 넘게 찾아오다 보니 아예 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넓은 들판도 걸어보고, 바다에 떠 있는 거북등 같은 섬들을 보며 수영도 하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소꿉장난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복잡한 환경에 사는 도시인들이 한번쯤 꿈꿀 수 있는 평범한 바램일 것이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서울을 뒤로하고 이 곳 보령시 신흑동 일명 ‘깟배마을’에 짐보따리를 푼 지가 벌써 2년째다. 떠날 때 전화한통 없었다고 섭섭해 하는 류성동씨, 서울역까지 보따리 들고 따라온 매부리코 민수, 엊그제도 찾아온 장 총무! 모두를 기억하고 자급자족하며 이 곳 생활에 적응하여 나갔다.
그런데 지난 날 가족과 찾던 그 여유와 낭만의 보령이 아니고 실망의 그림자가 점차 드리워져 가고 있다. 왜냐하면 시도때도 없이 ‘우르릉 쾅쾅’ 쏘아대는 공군의 대공포 사격소음 때문이다. 소리도 다양해서 심신을 불안케하는 데는 그저 그만이다.
‘국민의 아들’인 군이 어찌 저럴 수 있을까? 저 훈련을 명령하는 최고 책임자는 이 곳 주민의 고통을 정말 모르고 저럴까! 의문과 의분이 함께 솟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잘 참는 것 같았기에 혼자 민감한게 아닐까 하여 그냥 지내왔다.
어쩌다 사격소리에 놀란 관광객이 “여기는 사람도 없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때면 “그게 말입니다. 처음 일년 반 이쪽저쪽이 문제지 계속 듣다보면 들을만 합니다......”
속빈소리를 냅다하고는 꼴깍 침을 삼킨다. 그것은 분명 1.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할 위치에 있는 분들 2. 내 부모형제의 고통도 파악하지 않는 공군 수뇌 관련자 3. 문제가 분명 있는데도 방관하는 사람들이 모두를 반죽하여 넘기는 애증어린 침일 것이다!
조국을 사랑하고 군을 아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공군 사격연습은 중단되어야 한다.
강군이란 ‘민심을 얻은 군대’ 란 말이 있다. 국민당 100만의 대군을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모택동 군대가 격파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군이 한 몸에 받았기에 가능하였다. 밭에서 외 하나만 따 먹어도 그 병사를 가차없이 즉결처분했던 추상같은 ‘군율 10계’는 국민을 눈물나게 감동시켰던 것이다. 우리를 보자.
한 농민이 농기계도 놓도 짐승도 사는 허름한 창고를 지어놓고 몇 년째 쓰고 있는 것을 새로 부임한 부대장이 며칠 내에 ‘헐어버리라’한다며 한숨짓는다. 참으로 우리 군이 민심을 얻는 강군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격은 중지되어야 한다.
목숨바쳐 지켜야 할 바로 그 대상인 국민이 사격소음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다면 과정이 너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사계절 관광지를 표방하는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내에 심한 사격소음을 일으키는 것은 보령시의 장래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이 세금을 내고 시민이 의지하는 시 당국에서도 주민의 고통이 끝간데 없는데 일을 하늘에 맡기는 것도 보기 힘든일이다.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시 당국의 책무 중 맨 앞자리에 세울 일 아닌가? 욕먹고 돌팔매를 맞더라도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충심의 일념으로 애써 이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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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 목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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