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에 관한 책을 올 여름내내 붙들고 지냈다. 노자의 가르침인 도덕경에 대해 그 동안 관심없이 지내다가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최진석)이란 책을 통하여 노자라는 인물이나 그의 사상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지난 여름 보령책익는마을에서 주관한 ‘2012 보령인문학 페스티벌’을 통해 저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도덕경은 고전이면서도 경전에 속하는 책이다. 경전은 한 사람의 생각과 글이 아닌 한 시대의 정신과 문화가 깃들여 있기에 인류 문화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도덕경에 대한 송·당 시대의 해설서 및 주석서로 알려진게 1500여 권이나 되고, 그 중 전해지고 있는 것이 300여 권이나 되는 고전중의 고전이다.

  경전이라면 경전에 맞는 해석이 있어야 한다. 해석의 방법이 많기도 하지만, 정해진 해석방법론을 이용하더라도 자유로운 해석이냐, 제약받는 해석이냐에 따라서 주장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 본문의 구두점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성서비평의 예를 든다면, 자료비평, 편집비평, 전승비평, 양식사비평 등 전통적인 비평이 있는가 하면 사회학적인 비평도 있고, 정경비평, 수사학적 비평도 있다. 구조주의비평, 설화비평, 독자 반응비평, 후기 구조주의 비평, 이데올로기비평, 심리학적인 비평, 서사비평, 수사비평 등으로 한 문장만으로도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도덕경을 한 가지 방법으로 해석하는 것은 해석의 오류를 가져 올 수 있고, 해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석에 있어서 시대 상황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르고 또한 해석하는 자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화적, 정신적 입장에서 해석을 달리 한다. 도덕경에 대한 해설서들을 살펴보니 전문가가 쓴 책도 있고, 그저 적당히 한문을 익히고 나서 쓴 이들도 있다. 또한 불교에 심취해서 쓴 이가 있는가 하면, 유교를 통해 해석한 이들도 있고, 도가의 입장에서 쓴 글도 있고,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철학자의 입장에서 글을 쓴 것도 있다. 따라서 도덕경을 어느 한 가지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보다 다양한 해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해설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도덕경은 81장까지 있는데 이 장을 한 장씩만 선택해서 조명할 때 다양한 방법론을 써서 읽을 수 있다. 또한 도덕경 전체를 노자가 쓴 것이냐 하는 의문을 제시하는 이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선 어떤 판본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리가 되어야 한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에서 저자 최진석은 노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나름대로 학문적 바탕을 총동원해서 노자의 목소리를 찾아내려 힘쓴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최진석은 노자가 전해 주었던 텍스트를 통해서 그리고 그 텍스트를 해설 또는 주석하였던 글을 통해 종합하고, 때로는 실전된 글자를 찾아서 넣는가 하면, 오식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글자를 바로 잡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런 저자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도덕경을 읽고 이해하는데 평안함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