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통령이 국민을 공격 했나요?"
시리아의 국회의원 마리아 사데흐의 말이고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의 현실이다. 12일 인근 도시에서 정부군과 민병대가 여성과 어린이 220명을 학살했고, 15일에는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그럼에도 수도에 모여 사는 친정부 엘리트층은 참혹한 외부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연일 파티와 쇼핑 그리고 오페라 관람을 즐기고, 고급호텔 수영장에는 젊고 아름다운 커플들이 수입맥주를 마시며 농담을 즐기고 있다(2012. 7.17 한국일보).

이런 상황인식이 시리아 국민들이 독창적으로 낭만적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6.25 부산임시정부 시절에 번창했던 댄스홀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찬란한 우리조국의 역사를.

역사학을 전공한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작은 제목『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정말 짜증나는 책이다.
대화시 역설법과 반어법을 즐기는 나지만 이 책은 너무하다. 역설을 넘어 꽈배기 화법이라 이름붙이고 싶다. 더구나 캔자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야기 같다.

저자는 고향인 캔자스를 비롯한 낙후된 지역이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부자들의 정당 공화당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한 때 노동자가 많은 캔자스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지역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좌파운동이던 민중주의가 전역을 휩쓴 곳이다. 하지만 2000년 선거에서 캔자스는 부시에게 투표했다.

의문은 지역 정치가와 풀뿌리 운동가를 만나며 풀린다. 공화당은 보수 교회의 가치에 편승해 기독교 신자를 공화당 유권자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경제 문제가 은폐되었다. 지식인들은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결정적으로 낙태 반대운동이 공화당 내에서도 진보 계열이던 캔자스 공화당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게 된다.
보수 우파는 장기간에 걸쳐 교묘하고 은밀한 정치조작으로 민중의 분노를 사회문화 영역으로 돌리고 공화당이 노동자·농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설파해왔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처럼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투표 행위는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핵심적 현안은 뒤로한 채 지엽적 문제를 들고 나와 헷갈리게 하는 정치인들을 보유한 점은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권자들이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대처하고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지침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런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투표하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말로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또 정치의 계절이 오면 철새도 날고 텃새도 날고 뱁새도 날아다닐 것이다. 심지어 사람으로부터 먹이를 얻어먹으며 살던 닭과 오리마저도 날개를 퍼덕거릴 것이다.

■ 그날이 오면
우리는 과거에 얼마나 어리석고 부도덕한 정치인들에게 투표했었는지 까맣게 잊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투표할 것이다. 회사가 부유해지면 그 구성원 개개인의 지갑도 두둑해 지리라 믿으며, 근로자들은 군주적 사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가난한 농수축산인은 자신의 농수축산물 값을 폭락시킨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질 것이다. 헌신적이고 불쌍한 가장은 자기 아이들을 위하여 지불해야 할 교육비의 인상에 찬성할 것이다. 또한 아픈 부모가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에 동조할 것이다.

지식인들은 소수의 엘리트가 사회 공동자산과 회사의 이익을 훔쳐 자기들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철학적 논리를 동원하여 지지할 것이다.
선거운동원들은 자신을 치켜세워주는 정당 후보의 포장된 성공스토리를 경전인 듯 신뢰하여 포교할 것이며, 그 후보가 살아오면서 상속과 병역 그리고 비자금 조성을 위하여 어떤 편법을 저질렀고,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권력을 확장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는지는 서둘러 삭제할 것이다.
유권자는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자신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권력을 가졌다는 환상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이성은 집에 두고 감성만을 가지고 투표소로 향할 것이다. 후보자가 ‘국민의 머슴’이나 ‘충직한 일꾼’이라는 거짓말을 내세우면 만사형통일 것이다.

이것은 캔자스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들의 현실이고 우리들의 식견이며 우리들의 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