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의 이름이 알려지게 되는 것은 다산의 아들 정학연과 교류를 하면서 점차 폭넓게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 한다. 추사를 비롯한 많은 문사들이 그를 만나기를 고대한다. 추사는 황상을 만나고 싶어 강진에 가면 한양으로 떠나가서 없고, 한양으로 가서 보면 다시 강진으로 내려가는 등 무려 세 번이나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전한다. 그러나 다산 사후에 과천의 추사를 찾아 문단의 교류를 한다. 이 모든 일들이 다산이 가르쳐 준 학문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었다. 또한 촌부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이끌어 준 다산을 생각하면 감격밖에는 없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당시 황상은 열여덟 살, 정학연은 스물세 살이었다. 이 만남이 죽을 때까지 이어져 형제간의 우의처럼 다져지게 된다. 황상이 마재로 정학연을 찾아갔을 때는 버선발로 뛰어 나오기도 했고, 어떤 때는 신발을 거꾸로 신고 뛰어 나오기도 할 만큼 도타운 우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추사는 황상을 얼마나 만나고 싶어 했는지 황상이 찾아가자 두 동생인 산천 김명희와 기산 김상희를 불러내어 같이 시를 짓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후 황상은 몇 차례 더 과천을 오가며 시를 통해 추사와의 교분을 이어간다. 추사는 황상의 글을 ‘누각운’과 ‘거마지’에 견주었다. ‘누각운’은 화엄경에 나오는 비유로 공중누각의 신기루처럼 겹겹이 싸여 아롱아롱 황홀한 경계를 나타내며, ‘거마지’는 요임금 때 일곱 대의 거마가 변화해서 생겨났다는 영지로 이를 먹으면 구름을 타고 다닐 수 있다는 신령스런 풀이다. 추사가 문인을 이처럼 높이 평가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추사는 황상 시문의 황공노기, 즉 허공을 가로지르는 노창한 기운을 높이 평가했다. 당대의 최고 명류들과 시문을 하게 된 현실이 황상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 황상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자 여기저기에서 황상을 초대한다. 특히 영의정을 지냈던 이재 권돈인까지도 시골 아전의 자식인 황상을 직접 초대해서 그의 시를 보고자 했다.

삶의 방향이 바뀌는 한 특이점을 말하라고 하면 사람과의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사람은 책을 통해서 만나면 된다. 이런 만남의 소통이 바로 독서이다. 독서는 위대한 인물과 통할 수 있고, 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정민 교수의 이 책은 황상을 제자로 하여 다산초당에서 지내기까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편지로 주고받았던 내용을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기에 그 당시의 감흥과 재미를 상당히 느낄 수 있다. 시골 촌부에 지나지 않았을 황상이 다산을 만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열어간 아름다운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공부하는 의미를 가르쳐 주고, 뜻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만남은 역사 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스승을 만날 수 있다. 내 마음의 스승! 고전을 통해서 찾을 수 있고, 스스로 뜻을 세워 공부하면서 스승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만남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기대한다. 작년 말에 황상의 글을 265편이나 새로 찾아냈다고 한다. 이제 황상에 대한 연구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의 글이 책으로 번역되어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