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웬만하면 주부가 아니더라도 들어오고 나가는 돈에 대한 관심이 누구나입니다. 특히 월 결제일이 다가오면 턱없이 빠져 나가는 카드대금을 보고 새삼 놀랍니다. 그리곤 그렇게 나간 액수가 틀리지 않아 한 번 더 놀랍니다. 아무튼 우린 들어오는 돈도 이지만 나가는 돈에 대한 애착도 못지않습니다. 한데 그 씀씀이가 확실치 않으면 그게 가족들을 괴롭게 합니다. 며칟날 00에서 쓴 얼마가 밝혀지지 않아서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돈이 들고 남에 열일 제쳐두고 헤쳐 봅니다. 잘못 나가지나 않았는지 에는 따지고 또 따집니다. 그게 밝혀지지 않으면 가족들은 더욱 불편합니다.

어느 누군가는 가장이 아니더라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가정입니다.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생계는 책임져야 하는 게 국가입니다. 가정은 가족이 쓴 지출을 월말에 정산합니다. 국가는 정부가 쓴 돈을 연말에 정산하여 국민에게 그 용처를 밝힙니다. 정부는 내년에 무얼 어떻게 하며 거기 드는 돈이 얼마쯤이니 그에 필요한 돈을 거두겠다고 알립니다. 그러니까 가정이든 국가든 들어 온 돈에 대한 용도는 밝힙니다. 그런 속에는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운영하는 조합이 있는가 하면 또 그게 시원찮아 정부나 자치단체의 보조를 받는 단체도 있습니다. 거기 수장은 선거에 의해 뽑힙니다. 그 수장은 정한 임기동안 활동비를 받습니다. 급료가 아닙니다. 월급이나 연봉이 아닙니다. 소위 판공비라는 전가의 치외적회계 입니다. 판공비라는 명목의 활동비입니다.

판공비(辦公費), ‘공적 업무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우리말 큰 사전에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 이 판공비는 필요 아닌 필수일 듯합니다. 이 필수가 지금은 판공비(辦功費)인 듯 요술 방망이로 둔갑했습니다. 이 요술방망이에 대한 우리의 의견은 아주 편향적입니다. 공직에서 물러난 분들은 대체로 필요한 부분이라며 긍정적이지만 이것도 하위직에서는 전혀 반대입니다.  한편 공직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 들은 아직도 그런 게 있느냐는 되물음입니다. 이런 요술방망이가 지금도 단위농협에, 산림조합에 있습니다. 이런 수익기관과는 달리 공익기구로 문화관련기관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임기가 4년으로 한번은 더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직의 수장에 출마하려면 조합원이나 회원보다 100배가 넘는 회비를 일정기간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조항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급이 얼마라는 항목은 아무 곳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경쟁은 치열합니다. 1000배로 올려놓아도 판공비가 있는 한 더욱 이리란 짐작입니다. 그래 왔으니 그리 가겠다는 연습으로 말입니다.

이게 참으로 불편합니다. 왜 월급여가 없는지는 태초의 의문입니다. 게다가 그거 내가 한번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수두 룩이니 그 사연을 알 듯 하다가도 모르겠는 아리송한 안개 속입니다. 그러니 아주 속이 불편합니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4.0시대에 있습니다. 사회 통념은 공공성으로의 이전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정성으로 진일보입니다. 투명성으로 상대의 의무를 권리의 잣대로 바라보는 시대에 있습니다. 이럼에도 우린 마치 옛날, 구장(區長)에게 주는 모조(?)쯤으로 왜곡, 마치 역사의 톱니로 꿰맞추려는 억지입니다.

왜인지입니다. 왜 월 급여가 아니고 판공비로 월 급여를 대치하려는지 입니다. 월 급여에 일정한 판공비를 제공하면 꿩도 알도 모두 다 먹을 수 있을 터 인데 말입니다. 아무도, 수혜자일 당사자들도 이를 마다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아, 뭔 가’가 있는 이유일까를, 판공비를 낸 우린 그저 깜깜합니다. 어차피 수장이면 활동비란 게 꼭 있을테니 말입니다. 혹시 이런 건 아닌지요. 봉사하라는 의미로, 명예로, 월 급여를 아예 에제에서 빼버린 건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그래 과거에 이런 자리에 있던 분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들이 대 봅니다. 두 가지 보다는 한 가지가 더 쓰임새가 있어서 이냐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갈라놓으면 시빗거리가 많아지지만 뭉쳐 놓으면 그게 아니라는 숨은 뜻이냐고 묻는 것 말입니다. 아니란 대답이면 두 개를 합한 것 보다 한 개를 갖는 것이 훨씬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간섭 받지 않는 하나이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그 하나를 고집하는,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로 유혹됩니다.  이익집단인 조합이나 협회 등은 회원이나 조합원의 인증으로 그럴 수 있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의 도움(보조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익성기구의 경우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꼭 그래서 판공비의 씀씀이를 알아야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쓰기 전에  쓰임새를 알리라는 사전공개 요구도 아닙니다. 판공비가 다음 수장선거에 큰 도움으로 이용되어지는 단초가 되어서도 안 될 것 입니다. 월 급여에 플러스알파로 덧 대주는 쌈짓돈이 되어서도 안 될 것 입니다. 그럴까봐 아예 없애자는 건 더욱 아닙니다. 그 씀씀이에 방울을 달아 소리를 내 보자는 겁니다. 그 씀씀이가 어디로 가는지 판공비에 칩을 심어 보자는 말입니다. 일정 급여가 없는데도 그 직에 기를 쓰는 이유, 이로써 명쾌해진다면 그건 덤입니다. 그건 수장이 해야 할 의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수장만이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하겠습니다. 보령만이라도 입니다. 그게 아직도 인 만세보령에로의 지름길일까 두드려 보는 단순시도 일거라고 생각되진 않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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