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정국이다. 총선, 대선이 함께 있는 2012년은 정치에 정치는 나와 상관 없다고 여기는 국민들에게도 은연중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정치의 계절….

4.11 총선이 불과 보름 남았다. 각 정당들은 공천 작업을 끝냈고, 무소속을 포함한 총선 후보들은 입후보 등록을 마치고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총선은 밑바닥에 흐르는 갈등과 불만이 총체적으로 터져 나오는 전면전쟁이다. 계급, 계층간의 다툼, 다양한 이념과 정책의 대결이 이루어진다. 결국 총선은 의제(議題)의 대결이 된다. 의제는 보통 집권 여당의 ‘안정론’과 야당의 ‘심판론’의 대결로 이루어진다.

50년대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야당) “구관이 명관이다”(여당)의 선거 슬로건은 의제의 극명한 대결의 모습으로 지금껏 회자(膾炙) 된다.  7~80년대는 ‘잘살아보세’라는 안정론과 ‘독재타도, 민주정부수립’이라는 ‘민주’ 대 ‘반민주’의 의제였다. 2004년엔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열린 우리당의 인기는 치솟았다. 뜻밖의 이슈는 정동영당의장이 인터뷰에서 “20~30대의 시대다. 60~70대는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기다린 호재를 만난 듯 한나라당의 ‘노인폄훼’ 공격에 정동영당의장은 선대위원장 사퇴 및 비례대표 불출마를 선언한다. 2008년 총선은 한나라당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데서 치러졌다. 유권자들은 여권 내부 갈등에 주목했다. ‘친박공천학살’에 반발한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그룹이 20명 넘게 당선되는 선거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번 19대 총선의 의제는 무엇일까? 크게보아 안정론과 심판론의 격렬한 대결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작 보궐선거 참패의 후유증, 청와대 고위인사의 잇단 구속(금품수수), 대통령 친인척 비리, 선관위 디도스 공격, 박희태국회의장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등에 한나라당은 참패의 악몽을 꾸고 있었다. 일방적인 심판론의 독주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이상스레 달라졌다. 새누리당으로의 변신과 박근혜 위원장의 역할이 언론에 크게 부각된다. 여야 비슷하지만 야당의 공천이 엉망진창이란다. 거기에 관악을 단일화 경선에서 나타난 여론조사파문은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의 색깔 공세의 효력이 먹혀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위협 당했던 다수당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같다.

‘2012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26~27일)’가 선거 정국의 이목을 돌리고 있다. 43억원을 들인 과도한 홍보비용의 탓이겠지만……. 핵 안보 정상회의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테러리스트를 비롯한 비국가 행위자에게 이용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4년까지 위험한 핵물질을 관리하는 국제체제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현재 세계에는 약 1600t의 고녹충 우라늄(HEU)과 500t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는데 핵무기 12만 6500개의 분량이다. 1차 워싱턴 회의에서 핵무기 2000개를 감축했고 이번 서울 회의에선 핵무기 2만 여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과 HEU를 감축하는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서울 핵 정상회의가 주목 받는 이유는 작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일깨워주는데 있다.

언론 보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합천비핵평화대회(23~24일)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준다. (마샬제도)바키니 섬의 미군 핵실험 피해자,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피폭자 등 전 세계 핵 피해자 6명이 한국을 찾았다.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린다. 합천의 많은(주민들은)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에 히로시마 군수공장으로 강제 징용되어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한국인 피해자 7만 여명 가운데 70%가 합천 출신이다. 합천에 현재 살고 있는 핵 피해자들은 680명이며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25%를 차지한다.

핵무기의 안전한 관리와 핵무기 없는 안전한 세상의 이율배반적 과제를 동시에 다루는 핵안보정상회의가 필자의 눈에는 우려대로 원전 확대 필수 논리와 광명성 3호라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획하는 북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리 원전 1호기 은폐사고는 안전하다고 믿어온 원전이 더 이상 안전치 못함을 보여줬고 경영효율(공기업선진화)로 인력을 줄여온 이 대통령은 투자를 더하라고 앞뒤가 안 맞는 지시를 하고 있다. 고리원자력이 사고 나면 반경 10~30km 인근 주민 317만 명은 무방비 상태인 현실에서도 원전확대 불가만을 외치는 집단의 이익은 무엇일까?

패자 부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서울대 연·고대생 35%가 상위 소득 10%의 자녀가 입학한다. 대졸자 70%가 1300만 원대의 빚을 진다. 한 달 소득이 82만원인 생계형 자영업자가 100만 명이나 된다. 그야말로 서민은 앞이 보이지 않는데 평창 올림픽이 유치될 때 재벌과 공직자들은 현장에서 땅 투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여튼 요란한 핵 안보 정상회의 끝나면 다시 총선이 주요 화제이다. 다시금 총선의 의제가 부각되고 복원되어야 한다. 국민의 시선과 눈높이에 맞는 여야의 의제가 충돌해서 국민이 선택하는 4.11 총선이어야 한다.
 뚜렷한 총선의제! ‘안정론’과 ‘심판론’일 수밖에 없는…! 현명한 유권자의 선택만이 개인과 지역과 나라의 행복에 기여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