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7일 오전 11시20분 제주강정마을 해안은 ‘쿵’‘쾅’소리와 함께 화약연기로 뒤덮였다.
해군이 구럼비바위 발파를 강행한 것이다. 구럼비바위 발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 구럼비바위를 둘러싸고 제주서귀포 강정마을 주민들은 구럼비바위보호를 최후의 보루로 삼아 해군기지건설을 5년동안이나 반대해 왔다.

‘구럼비’는 ‘까마귀 쪽나무’를 뜻하는 제주방언으로 까마귀쪽나무가 많다해서 구럼비로 불려졌고 구럼비바위는 길이 1.2km 너비250여m에 이르는 하나의 커다란 너럭바위인데 해군기지건설을 위해 구럼비바위의 발파가 7일이후 연일 계속 되었다.

제주 해군기지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즉 이명박대통령의 선거공약인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보장되는 항구건설로 시작되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도민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해군기지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명박대통령은 2월 4주년 취임 기념회견에서 민군복합은 언급조차 하지않고 해군기지의 필요성만을 밝혔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 검토결과 15만t 크루즈의 입출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고내용임에도 정부는 2월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해군기지건설강행을 공식 발표했다.

제주도는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7일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을 해군에 예고하고 해군의 청문회를 요청했다. 해군이 청문에 불응할 경우 즉각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12월 국회는 제주해군기지관련 예산을 정부원안인 1천 327억원보다 1천 278억원이 줄어든 49억원으로 삭감했다. 해군은 2011년 미집행예산 1천억원을 이월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중단을 요구하는 영화평론가 양윤모씨가 제주교도소에서 14일로 36일째 단식중이다. 지난 1월30일 해군기지건설현장에서 업무방해혐의로 체포되어 수감된 직후 물과 소금만으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엊그제 12일에는 신부1명을 포함한 2명이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제주도 해군기지사업과 관련해 성직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신부.수녀들의 연행은 비일비재하였으나...) 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당시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성직자들이 구속된 적은 있었으나 국책사업반대를 이유로 성직자가 구속된 사례는 유례가 없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논리를 소개해 보면.

첫째,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한가?
해군의 군사정책은 대양해군정책과 연안해군정책으로 나뉘어지는데 해군기지사업은 대양해군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이다. 국방부는 2011년 대양해군정책을 사실상 폐기하였다. 현존위협(북한의 국지도발 등)에 대응하는 쪽으로 선회했기에 해군기지의 필요성은 현저히 감소되었다.

둘째, 적정한 곳을 입지로 했는가?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강정앞바다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6만여평의 공유수면매립으로 인해 해양생물서식지 소멸과 생태계전멸은 불가피하다.

셋째는 입지선정과정은 민주적이었는가?
강정마을 1900여주민의 80여명이 찬성한 입지선정이 민주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2007년 4월 주민 80명만 모인데서 해군기지 유치결의▶김태환 전제주도지사 유치결정발표▶유치결의 주도한 마을이장 해임▶해군기지 찬반 주민투표:725명 참석하여 반대 94%)

넷째, 법과 절차를 준수했는가?
절대보전지역은 한라산 국립공원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절대보전지역은 제주도 자연보호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다. 김태환 전도지사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강정해안변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하였다. 절대보전지역변경은 도지사만이 할 수 있고 이를 해제하려면 주민의견을 청취해야 하지만 절차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해제하였다.

다섯째, 평화의 섬과의 공존과 양립이 가능한가?
제주는 수많은 도민이 희생된 4.3의 비극이 있는 곳이다. 그런 비극을 승화시켜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5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다. ‘강정마을회’의 ‘대도민호소문’에 따르면 “해군은 회유와 매수로 마을회의 의사결정을 조작하여 입지를 선정하였고 주민들을 이간질시키며 공사를 강행하고 잇습니다. 마을공동체는 파괴되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환경과 인권을 유린하며 들어오는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 없다.

제주도민과 제주도지사,제주도의회, 주민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 주민들간의 불신의 골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고 평화가 사라졌다. 삼촌과 조카사이가, 이웃간이 원수가 되었다. 평화를 지향하는 국방(국책)사업이 평화를 앗아가고 있다.

강풍과 기상악화로 구럼비발파가 일시연기됐다는 뉴스가 전해져온다. 해군기지건설을 위한 예인선에 어선 2척도 부숴졌다. 구럼비 발파 일시중단이 아니라 영원히 중단되길 기대해 본다.

안면도와 부안의 사례를 기억하자. 주민의 다수여론과 절차를 무시한 공익과 국책사업이 국미의 편익을 외면하면 국익도 국책도 누더기에 불과하다. 강정의 평화를, 강정마을회의 평화를, 구럼비의 평화를 위해 더 이상의 발파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