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완연한 5월이다. 농민에겐 모내기에 바쁜 계절이다. 그 5월에 동대동 원형로터리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 범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보령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추모 열기는 뜨거웠다.

왜? 유독 노무현 대통령만을 그리워하는 추모 열기가 지속될까? 여론조사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는 당최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에 정착한 최초의 대통령이다.(불행하게 저 세상으로 갔지만 말이다.) 고향 봉하에서 땅과 강과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 유기농업에 심혈을 기울였다.(봉하 사람들과 함께......)

지금 봉하마을의 생태농업, 환경농업은 50여만평 규모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화포천이라는 작은 강의 유역 5개 마을과 180여명의 농민이 작목반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농약 농업이 4년째로 접어들고 있고, 희망하는 작목반원부터 유기농으로 전환하여 유기농 인증 수준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통령의 귀향으로 유명해 진 봉하마을의 모습을 그려본다.

퇴임 후 귀향한 노 대통령의 철학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요, 지역균형발전의 철학’이다.

그것은 세종시 설치나 공기업의 본사 지방이전 정책에서 나타난다.(과학벨트 논란의 원인은 세종시와 마찬가지 원안을 수정하고 훼방한데서 기인한다.) 지역으로 일컬어지는 농어촌의 시군(기초자치단체)은 인구, 산업의 공동화가 심각하다. 지역의 미래는 수도권으로의 집중의 연속이다. 노 대통령은 지역 공생할 수 있는 모델을 몸소 실천한 분이기에 존경을 받는다. 지역의 미래를 지역의 시스템에서 찾은 것이다.

농업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2년 연속 쌀값 폭락은 농민들에겐 과중한 소득 감소, 비용 상승을 가져와 농가 경제는 적자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정부 농정은 농업의 미래보다는 시장 논리에 맞춰져 있기에 매년 되풀이 되는 악순환이요, 탈출구가 없다.

최근 과잉 재배된 배추가격 때문에 많은 배추밭을 갈아 엎었다. 배추가격이 폭락하면 거래 비율이 80%를 넘는 밭떼기 거래가 상인들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이어짐으로 농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 배추 값이 좋을 때 농민이 계약해지를 하면 보증금 반환은 물론 위약금을 물어야 하나 상인의 계약 불이행은 손해 배상이 불가능한 현실이고, 농민은 배추의 처리나 후작(뒷 그루)재배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농협시지부나 농정부서에서 추진하는 배추팔아주기 행사는 그 진정성을 떠나 요식행위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농수산물 수급조절을 농협(여기서는 농협중앙회)이나 농정당국이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엎친데 덥친 격으로 금념에 벼 재배 농민의 대다수가 못자리를 2~3 번씩 실패하였다. 정부 보급 볍씨(주로 호품종자) 불량으로 그나마 바쁜 모내기철에 농민들은 죽을 맛이다. 농민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못자리 발아율이 50%도 안된다. 모판에 부분 발아가 되면 이앙에 문제가 됨으로 모판 전체를 다시 해야 한다. 시 농정 당국은 지금도 늦었지만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피해조사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다.(소규모 농가는 조사에서 제외된 느낌이다.) 종자대, 못자리 흙(상토), 소독약, 인건비 등 올해 못자리는 비용이 엄청나다. 발빠른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산지 쌀값이 강세라고 한다. 못자리와 모내기를 하는 농민에겐 현재 쌀이 없다.(추수기에 헐값에 매각했으므로......) 현재 쌀값의 강세는 농민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 바쁜 5월에 고향으로 돌아간 퇴임 대통령의 철학이 그립다. 민주주의가 최상의 가치라 할 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진 민주주의가 절실하다. 너무 바빠서 (모내기를 적기에 끝마쳐야 하기에)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는 농민에게 못자리 실패에 대한 대책을 시와 농협에 요구한다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