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과 예상치 못했던 풍해를 뒤로 한 채 어느새 보건소 근무도 벌써 8개월...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2003년의 새해엔 여러가지 계획과 새로운 다짐들... 일면식도 없었던 이곳 보령시에 이제는 이곳 주인이 다 되어 있는 듯하다.
하얀색 ‘프라이드’방문 진료차에 파란색가방, 상쾌한 아침공기를 가르는 걸죽하고 수더분한 웃음소리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방문진료’독거노인 및 거동불편 환자들의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나의 업무이다.
비록 직업이 의사이기는 하지만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통해서 병원 속에서만 묻혀있던 나에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차를 달리고 시골길을 걷는 이 일은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혈압은 그 동안 잘 조절되었는지... 혹시 오랜 기간동안 앓은 당뇨에 합병증은 생기기 않았는지... 아픈 허리·다리에 움직일 수도 없다며 푸념을 털어놓는 환자들이지만 이내 좁은 시골집 방안은 잡다한 이야기들로 웃음이 가득하다. 그분들에게 나는 병을 고치러 온 의사이기 이전에 쓸쓸한 시골집 마당을 오래간만에 들어서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비록 빡빡한 시간 속에서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거나 오래 머물지는 못하지만 오늘은 진료 오는 날이라고 아침부터 문간을 서성이며 기다리셨을 그분들을 생각하면... 거동이 불편해서 식사하나 제대로 챙기시지 못할 것 같은데 우리 왔다고 꼬박꼬박 간식거리를 내오시는 그분들을 생각하면 약 하나 하나를 세는데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청력이 떨어져서 설명 한 번 드릴려면 목소리를 높여아 하고 묻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같은 말만 되뇌이는 분들, ‘의사=변비약’이라는 공식을 성립시켜서 볼 때마다 변비약 달라고 조르시는 분들... 힘들고 황당한 경우도 많지만 아마도 세월이 그 분들에게 준 훈장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그분들도 우리처럼 젊었을 때가 있었을 것을...
종종 좀 더 전문적인 진료가 요구되는 상황에 병원진료를 권유해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를 볼 때면 더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현실이 못내 아쉬울 때도 있고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홀로 서 있는 노인 환자를 볼 때는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 집, 한 집 다른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이분들에게 웃음을 돌려드릴 수 있는 것은 약, 파스가 아니라 따뜻한 주위의 관심일 것이다.
하얀색 방문 차에 파란색 약 가방... 오늘도 우리는 이동네 저동네 마실을 다닌다.
우편번호 33436 충남 보령시 신설 3길 11, 1층(동대동, 모스트센터) | Tel: 041)936-0005 | Fax:041)935-1356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중
Copyright ⓒ 2009 보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jong8610@hanmail.net
2024.5.2 목 09:38 
webmaster@charm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