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떨까?
‘무섭고, 무뚝뚝하며 강한 모습!’, 그러나 표현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그 내면에는 한없는 부드러움과 사랑, 넓은 가슴으로 자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그에 반해 어머니의 모습은 어떨까?
연약하고 갸냘퍼 보이지만 하루종일 날품이라도 팔아 당신은 굶는 한이 있어도 자식의 배는 곯지 않게 넉넉히 먹이고 따뜻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오늘은 대부분이 가난하게 살았던 지난 시절, 당신 자신이보다는 어린 자식들을 위해 삶을 희생했던 우리 부모들의 대표적 모습의 한사람인 이기두씨(68세, 명천동)를 소개하려 한다.
씨는 지난 해 충남정신발양운동 보령시추진협의회 선정 모범가정상을 받았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그러나 타고난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재산으로 가족사랑 실천은 물론 슬하의 4남매를 훌륭하게 키워 각 분야의 전문인으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아끼지 않았던 공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서운 바람이 겨울임을 새삼 느끼게 해 주고 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운 바람, 그러나 진솔한 모습으로 60평생이 넘는 삶을 살아내며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낸 이씨를 찾아가는 길이 그리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기두씨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바쁘게 살았다는 것 뿐 내어 보일게 없어요. 그이러다 보니 이렇게 나이도 먹고, 고만고만하던 아이들도 다 자라 이제 제자리를 찾아 열심히 생활하고 있더군요.” 그의 첫 마디이다.
씨는 지금 그가 살고 있는 명천 2통에서 태어나 6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향을 지키며 살아왔다.
“군복무 때만 이 곳을 떠났었죠. 선친께서 3대 독자셨고, 저는 6남매 중 장남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선친의 뒤를 이어 고향을 지키려는 마음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농사꾼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논으로 밭으로 나가 일을 했던 기억, 그리고 지관 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부친을 따라 다니며 풍수지리에 대한 지식을 쌓았던 일이 기억난다”고 말이다.
농부였던 이씨의 부친.
“선친께서 저희들 공부를 많이 시키고 싶어하셨어요. 하지만 그 당시 왜정 시대였고, 생활마저 여의치 않으니까…, 그래서 저는 아버지를 따라 농사를 짓고, 지관보는 것을 배우고 짬짬히 옛날 서당에서 한문공부를 조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려운 가정의 장남으로 부친을 도와 집안 생활을 도우며 장성한 이씨는 결혼 후, 슬하에 4자녀를 두었으며 자신의 어린시절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교육에 대한 애착을 자녀들에게 쏟아야 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 했다고 말한다.
“빈손으로 시작했죠. 그리고, 제가 가진 재산이라고는 부지런함뿐이 없었어요. 아내의 내조가 가장 큰 힘이었고, 자녀들이 투정부리지 않고 의젓하게 잘 따라주었습니다.”
이씨는 많지 않은 농사 채에서 곡식을 거두고, 그리고 이씨가 가진 목수기술을 이용해 항상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생활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내의 굳건한 내조가 있었다.
“지금,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잘 자라준 자식들이 각 분야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15년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잘 자라준 자식들!’.
오늘 소개하는 이씨의 60평생의 삶 속에 가장 자랑스럽고, 마음 든든한 이야기를 말하려는 대목이다.
이씨는 슬하에 1녀 3남의 자녀를 두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이었지만 ‘의젓하게 투정부리지 않고 잘 자라준 자식들’이라고 표현하는 이씨.
씨의 4명의 자녀들은 보기 드문 수재들이었다.
몇백만원짜리 과외, 학원 등의 이야기가 연일 방송매체, 신문을 통해 보도된다.
하지만, 이씨의 자녀들은 전문과외를 받은 사람들도 어렵다는 서울대학교를 4남매 중 3명이 졸업했다.
물론 돈을 들여 과외를 한다거나 특별한 방법으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다.
“학교 외에는 따로 돈을 들여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었지만, 열심히 해 주더군요. 큰 딸이 길잡이 노릇을 잘 해 주었어요.”
이씨는 4자녀 모두 한내초, 대천중·여중, 대천고·여고를 졸업시켰다.
이후 큰 딸 학순(41세)씨는 공주사범대를 졸업하고 현재 동생들의 모교인 대천고에서 독일어 교사를 하고 있다.
큰아들 영태(36세)씨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포항공대 석·박사를 거쳐 현재 모산업체 연구과장으로, 차남 정태(32세)씨는 서울대 물리학과 학사·석사·박사를 거쳐 한국고등과학원 연구원에 재직중 네델란드 파견연구를 떠났다.
그리고 막내 순태(28세)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 신경내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학교를 거의 같이 다녔어요. 그래서 힘이 더 들었습니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메고, 아이들이 받은 장학금으로 그렇게 공부를 마쳤습니다. 만약에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거예요. 뒤돌아보면 참 긴 세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여지듯이 이제 곧 고희를 바라보는 이씨의 재산은 다름 아닌 잘 성장해 준 자녀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에 더해 고향을 지켰던 이씨는 남다른 열정으로 지역사회봉사에도 참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항상 열심히 생활해 오는 그의 모습은 마을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었으며 따라서 대천읍 시절부터 근 30여 년 동안 명천 2통 통장 일을 맡아오면서 행정관서와 주민들간의 가교역할을 해 왔다.
특히 대천 4동 바르게살기운동 부위원장으로서 회원들과 함께 국토공원화사업 대청결 운동 등 지역여건에 부합하는 바르게살기운동 사업을 펼쳐왔으며 또한 동정발전협의회위원으로 동정현안사업 해결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2001년 12월에는 보령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충북 단양군 적성면과의 자매결연사업에 앞장서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데 공헌함은 물론 그 이후 명천동 방문단의 일원으로 2회에 걸쳐 적성면을 방문해 적성면 바르게살기협의회와 상호교류를 통한 이익증진을 도모해 왔다.
더욱이 어린 시절 선친에게서 배운 풍수지리에 남다른 관심과 독학으로 익힌 지식을 이용해 이웃주민들의 묘 자리를 잡아주는 일은 물론 고인들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작은 일까지 챙겨주는 세심한 일도 거들고 있다.
더욱이 충남정신발양위원으로 1가정 1가훈 갖기, 마을애경사 참여하기, 노인공경하기, 생활주변청소하기 등에 동료 위원과 함께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충·효·예 교실에 우리 고장의 얼과 예절교육 등을 실시해 우리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애착심을 갖도록 하는 등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장과 정서를 함양하는 데 기여하는 등 지역사회발전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오랫동안 고향에 살다보니 이런 저런 직책을 주더군요. 하지만 제 능력껏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일을 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예요.”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열심히 생활했지만 가끔 슬픈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고 말한다.
워낙 여유가 없는 생활 탓이었으리라.
“한창 아이들이 클 때는 너무 힘들어서 였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은 자신들 삶을 잘 일구면서 부족함 없이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없이 살았던 부모의 뒤는 밟지 말아야죠.”
네 자녀의 어머니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이씨는 같은 처지에 있던 이경자(63세)씨와 재혼을 했다.
“한 마을에서 서로 어려운 모습들을 봐왔어요. 그것이 의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부인 이씨에게도 5남매의 자녀들이 있다. 모두 합해 9명이 되는 셈이다.
장성한 9명의 자녀들은 각자 부모의 입장과 처지를 존중해 주며 노년의 생활을 의지하며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 한다. 그리고 이씨 부부는 어렸던 자녀들이 부모들을 버팀목으로 잘 자랄 수 있었듯이 이제는 9명의 장성한 자녀들을 재산으로 자만하지 않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노년을 행복하게 꾸려 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순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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