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는 하루 두 차례 밀물과 썰물이 반복돼 침식과 퇴적이 일어나 그 모습이 바뀌어 지적공부상 토지 모습은 실제 모습과 다르다.

이는 ‘세계5대 갯벌’ 서해안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포락지의 개념과 이용제한

해안가 토지가 물에 침식돼 수면 아래로 잠긴 경우가 ‘포락지’이다.

이는 만조수위선에서 간조수위선 사이의 ‘간석지’와는 다른 개념으로 지적공부에 등록돼 있는 토지를 말한다.

공유수면관리법에서는 대통령령(공유수면관리법 시행령 제4조)이 정하는 포락지를 토지로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부상 자신의 토지라도 포락지로 판단되면 그 사용에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침식 등에 의해 포락지로 된 개인소유의 토지는 공유수면화 돼 그 사용에 제재가 가해짐을 의미한다.

결국 허가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포락지의 경우 토지소유권이 상실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복구가 어려운 포락지에 대한 공유수면화 조치는 “복구가 심히 곤란해 토지로서의 효용을 상실하면 종전의 소유권이 영구히 소멸되고, 그 후 포락된 토지가 다시 성토돼도 종전의 소유자가 다시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12.13 선고 94다25209 판결)는 판례에서 보듯 더욱 확고한 소유권 변동이 나타난다.

포락지 매립에 대한 관리실태

행정수도와 도청이전 등 주변 도시의 잇단 호재 속에 보령시 일대에도 개발붐이 일고 있다.

주거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 친환경적인 생활을 선호하게 됐고 주 5일제의 확산 등은 전망 좋은 해안가에 펜션 등의 건축물이 늘어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전입과 관광객 증가는 분명 반길 일이나, 해안가에 신축되는 건축물에 대한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은 “포락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발생되는 불법자연훼손상황과 건물을 신축하며 기존 주민들과도 충돌하게 되는 근본요인”이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일례로 남포면 월전리 일대 용두해수욕장 주변은 해안도로가 개통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펜션과 주택 등이 공사 중이다.

이중 한곳이 바닷가 매립과 통행불편 등을 이유로 주민과 마찰을 빚으며 시 당국에 민원이 접수됐고 적절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 될 상황에 있다.

해안에 접해 건물신축중인 문제의 장소는 공유수면을 불법매립한 것이 확인됐고, 기존 주민들이 도보로 맨손채취를 다니던 해안가가 막히게 돼 부득이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 길마저 ‘사유지’임을 이유로 통행을 막고 있다는 것.

지나는 노인에게 상황을 묻자 “여기는 경주이씨 집성촌이었다. 참 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다 버렸다. 제방이 쌓이고 매립과 시설물이 들어서며 해안가 모래는 다 쓸려가고 흉물스런 것들만 남게 됐다”며 “쳐다보면 속상해 말도하기 싫다”는 동네주민 이모(79)씨.

변해가는 동네모습에 답답함이 있었는지 “다른 젊은 사람에게 물어라”며 자리를 떠났다.

다른 주민은 문제의 장소에 대해“(지적공부상에는 존재하지만)이미 포락된 부분까지 불법 매립한 것 아니냐?”는 의혹 속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담당 부처인 해양수산과는 “매립지에 대한 측량을 실시한 결과 (지적공부상)132㎡가 불법 매립된 걸로 확인됐다”는 답이다.

“포락지에 대한 부분은 확인 됐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매립돼 있어 불가능하다. 다만 1차 시정조치를 했으나 만족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2차 권고했고, (포락부분에 대해서도)만족할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 안에)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히며 “장비를 동원해 문제된 매립부분을 걷어내면 포락부분은 (석질이 달라)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장비를 동원하면 사후 확인 가능하겠지만 그에 따른 소요경비와 인력낭비, 해안가 훼손은 문제가 아닌가? 해안가 건축물에 대해서만은 미리 현장실사를 통해 자연훼손을 예방하고, 공유수면에 대한 불법매립 또한 사전에 방지할 의지는 없는가?”라며 기자가 묻자 관할 연안과 도서지역의 방대함을 설명하며 “이번건도 제보에 의해 알았다. 포락지는 (측량전에는)아무도 모른다. (이번 건은)포락지에 불법적으로 매립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제보에 따른 현장 확인으로 알게 됐다”고 답했다.

주민 이 모씨(53)는 “설령 복구조치가 이루어진다 해도 일정부분 훼손될 해안가의 모습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하며 “관광도시인 보령이 내세울게 무엇이냐? 수려한 자연환경밖에 없지 않은가?”라며 무분별한 해안선 개발을 아쉬워했다.

“해안선 매립은 사전 현장실사가 필요하다”

해안가 공유수면 매립은 환경피해는 물론 자원의 보고인 갯벌에 대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적절한 절차나 환경평가 없이 이뤄진 불법매립지는 원상 복구할 경우 또 다른 환경피해가 우려돼, 검증을 거쳐 국유화조치 형식으로 공유수면이 아닌 ‘토지’로 등재돼 임대형식의 마무리가 이뤄짐을 흔히 본다.

비용과 환경피해는 물론 “기준 없고 방만한 공유수면 관리의 실태가 아니냐” 성토하는 한 시민의 말처럼 관광도시보령의 해안이 관리주체 없이 훼손됨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전 현장실사가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환경파괴가 ‘울며겨자먹기’식의 국유화조치라는 차선책으로 마무리됨은 잘못이다”는 지적과 “해안선에 접한 건축물이나 매립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 실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해안가에 대한 민·관의 관심이 부족했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