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상황(8일 현재)

“바라는 건 오직 하나입니다. 혜선이를 찾아주세요”

현충일 행사가 있던 6일, 조기가 걸린 충혼각 계단에서 김혜선 학생을 찾는 전단지를 나눠주던 같은 반 친구의 애타는 호소다.

보령시 남포면 읍내리에서 김혜선 양이 실종된 건 지난달 30일, 부모를 마중한다며 나간 오후 9시경.

평소 밝은 성격의 혜선 양은 언니·동생들과 저녁 시간 집에 있다가 2백여 미터 떨어진 포도밭에서 부모가 늦게까지 일하고 있다고 판단, 이를 걱정하며 마중을 나갔다는 것.

그러나 정작 혜선 양의 부모는 포도밭이 아닌 웅천 할머니 댁에 다녀온 걸로 밝혀져 주위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혜선 양이 다니고 있는 남포중학교 교직원은 사건발생 초기부터 인근 야산 등을 다니며 혜선 양을 찾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제작한 전단지 5만 여장을 인근지역의 학교와 시민에게 학생들의 참여 속에 배포하고 있다.

실종 9일째를 맞는 8일 현재 실종에 대한 특별한 단서나 제보가 없는 가운데 갖가지 근거없는 흉흉한 소문만 나돌고 있어 관내 여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특히 남포중학교 한 교사의 말에 의하면 “3학년생이 26명 뿐이어서 학생들의 동요는 크다. 근거 없는 흉한 소문을 접할 때마다 울면서 사실인지를 전화로 묻곤 한다”며 “학생들의 동요를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지만 혜선이와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의 충격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혜선이의 실종사건에 관심을 갖는 건 우리도 원한다. 그러나 근거 없이 흉한 소문을 퍼트리는 건 가족과 친구들에게 또 하나의 아픔을 주는 것” 이라며 자제를 부탁했다.

수사진행 상황

보령경찰서(서장 양재천)의 사건접수와 초동수사 후 움직임을 보면 단순가출보다는 납치· 유괴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6일 남포치안센터를 방문한 류근찬 국회의원에게 양재천 서장은 “신고접수 후 출동가능한 모든 근무 직원이 현장에 투입 돼 초동수사를 벌였으며 다음날 아침 전 직원 비상을 걸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단순가출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 말로 해석된다.

배석한 수사관계자는 이와 함께 “사건접수 후 연인원 1500명이 투입돼 주변 현장과 탐문 등 각종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히며 “사고사로 추정, 사건 3일째에는 중앙구조본부와 특공대, 군부대의 도움을 받아 수색을 벌였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소문만 무성할 뿐 특별한 단서와 제보가 없는 상황에서의 수사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재천 서장은 또 “실종원인에 대한 모든 경우를 가정하고 수사가 진행 중이며 전 직원이 각 방면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밝히고 사건해결을 위한 다각적 접근과 수사력 총동원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류근찬 국회의원은 혜선 양 가족을 찾아 “일단 수사 당국을 믿고 기다려 보자” 위로하며 수사관계자에게는 ‘이윤상사건’을 예로 들며 “수사당국의 끈질긴 집념과 노고만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말하며 “우리의 자녀가 없어진 상황인 만큼 최선을 다해 수사해 달라” 독려했다.
8일 현재까지 밝혀진 단서나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실종’을 둘러싼 사회 반응

“실종사건을 접하고 초기에 불안했던 것이 나중에 확인해보면 다 헛소문인 말들로 더 불안해 진다” 밝히는 한 여고생의 말처럼 소문에 의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크다.

혜선 양이 다니던 남포중학교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교 차원의 논의를 통해 귀가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대천여고의 경우엔 학부모에게 안전한 귀가를 위한 부모들의 협조를 바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고 학생들에게 호루라기를 나눠주는 등 학생 보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밝은 성격의 한 학생의 실종과 진척 없는 수사 상황, 그리고 그에 겹친 흉한 소문 속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 당국 등이 불안해하며 자칫 사건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