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방영됐던 TV드라마 ‘은실이’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특히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더 그랬다. 그 중에서도 전라도 청년 ‘양정팔’의 빨간 양말과 내복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척이나 즐거워 했다.

지난날 내복이 귀한 물건으로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다. 겨울철 매서운 추위를 견디자면 내복은 필수품이었다. 취직을 해서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드릴 선물은 반드시 내복이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와서 내복은 괄시를 받기 시작했다.

집이나 직장에 난방이 잘 돼있어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게 지낼수 있게 되자 내복은 옷 모양을 망치는 촌스럽고 거추장스러운 물건 취급을 받게 됐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그러나 주거문화의 개선으로 겨울에도 실내에서 짧은 옷을 입고 지내는 가정이 많아지기도 했다.

그러다 IMF 관리체제 이후 겨울철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실내온도를 낮춤에 따라 내복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복입기 캠페인이 일어나기도 했다. 내복을 입는게 창피하고 촌스럽다는 생각만 버리면 에너지 절약과 건강에 이보다 더 좋은것이 없다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이다. 그렇다면 내복을 입으면 무엇이 좋은가?

첫 번째는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준다.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는 18∼20℃로 보는데, 우리나라의 겨울철 실내온도는 25℃ 정도이다. 이 온도에서 내복을 입고 생활을 하게 되면 더워서 생활이 안된다.

내복을 입으면 실내온도를 2∼3℃ 가량 낮출 수 있게 된다. 에너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1℃의 실내온도를 낮추는데 따르는 절감액은 도시근로자 가구를 기준으로 1,548억원, 연간 에너지 2,343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음을 수치적으로 알수 있다.

결국 우리가 내복을 입을 경우 절감되는 비용은 4,685만 달러에서 1억 1,713만 달러가 된다.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두 번째는 건강에 좋다. 언뜻 연결은 잘 안되지만 호흡기 질환을 막는데 좋다고 한다. 겨울에 내복을 안 입고 실내온도를 높이면 실내공기가 건조해져서 코 안의 점막이 마르게 되고, 따라서 체내 흡입 공기 중 세균과 먼지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다.

건조한 환경은 아토피성 피부질환이나 건선, 알레르기성 피부병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복을 입지 않으면 실내·외의 과도한 온도 차이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핼액순환 장애로 인한 각종 심혈관계 질환(심근경색, 협심증) 등에 더 많이 노출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잠에서 깬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아침 찬 공기를 직접 부딪치게 되면 돌연사의 우려까지도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따뜻한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어릴 적 겨울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옷장을 정리하시면서 깊숙이 넣어뒀던 내복을 꺼내 입혀보시고 당신의 자식이 많이 컸음을 흐뭇해 하셨다.

그리고 작아진 내복을 동생이 물려 입을수 있도록 무릎과 팔꿈치를 손보시던 모습도 생각난다. 따뜻한 아랫목에 기워진 내복을 입고 동생(형)과 함께 이불 속에서 무엇이 그리 좋았던지 낄낄거리다 잠 안자고 논다고 어머니한테 꾸중듣던 일도 아련한 기억 속에 묻어 나오는 것도 내복을 입으면서 생각나는 따뜻한 추억이다.

유류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겨울이 성큼 다가오자 서민층 가정과 농가에서 연탄 소비가 늘고, 주위에서 내복을 꺼내 입는 사람들이 늘었다. 에너지 절약으로 국가 경제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복 입기 운동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