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로부터 지원·지우·채연, 그리고 이태숙 씨의 모습이 한 편의 그림같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이렇게 소개까지 된다는 것이 쑥스럽습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제가 오히려 행복해 집니다.”

초등학교 3, 4학년 됨직한 아이들 몇몇이 따뜻한 봄 햇살 아래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환한 웃음 지으며 재잘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행복한 듯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오늘 소개할 이태숙 씨이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은 성주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딸 최지우와 조카인 정채연·지원이며, 그녀는 아이들은 가끔 장난치다 다투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깔깔거리며 자신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모든 모습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전한다.

특히 이들은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씨의 집에서 24시간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신의 집으로 조카들을 데려와 벌써 7년째 딸 지우와 똑같이 키우고 있는 것이다.

“내 자식 남의 자식이 어디 있어요. 딸 많아서 좋아요”라며 조카들을 돌보고 있는 이태숙 씨(성주면)를 소개한다.
이 씨의 이웃 주민들은 “요즘은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마저 서슴치 않고 내치는 삭막한 세상이다. 그런데 이 씨는 사고로, 또 건강상 불편한 몸인 시누이 가족 모두를 돌보고 집에 데려와 따뜻이 보살피고 있다. 얼마나 일을 하는지 손에 굳은살이 있을 정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채연·지원이는 이 씨의 시누이 딸들이다.

전기기사로 월 8백여 만 원 정도의 고소득자였던 시누이 남편이 7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이 씨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카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 시작했으며, 병원비 부담은 물론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있는 시누이 병수발도 감당하고 있다.  

“사고초기에는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었어요.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받기 전까지는 월 8백여만 원 정도의 병원비를 감당했어요. 정말 힘들더군요. 5년간 아무것도 모르더군요. 지금은 조금씩 알아보고 지팡이를 짚고 한 발짝씩 돌아다닙니다. 특히 시누이가 3년 전 갑상선 항진증 판정을 받았어요. 판정 당시 이미 병세가 악화됐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약을 타서 먹고 있는 데 많이 안 좋습니다.”

시누이 부부의 병원비 부담은 물론 병수발까지, 또 아이들을 돌보는 것 등 그 배려를 다하고 있는 이 씨, 특히 이 씨와 생활하고 있는 채연이는 뇌하수종으로 첫돌이 지난 후 첫 수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번째 수술을 받았으며 동생 지원이는 지난 해 4월 교통사고로 9개월여 입원해 있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됐지만 이 씨는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없이 한가족 4명 모두를 돌봐주고 있다.

“제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 많은 배려를 해 줘서 고맙습니다. 채연이 뇌수술한지 2달 됐어요. 채연이는 공부보다는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이모네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서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모두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인가 보다 하고 배웠죠.”

현재 이 씨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은 11명이다.

그러다보니 하루 세탁기를 4번을 돌려야 하고, 쌀은 한 달에 1가마, 겨울 양식인 김장을 할 때면 7-8백포기를 해야 한다. 특히 이 씨 집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그래서 하루 저녁이면 밥을 두 번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이 말이다.

“모두가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채연이는 지금도 뇌에 단추를 달아 외부로 물을 빼내는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어요. 치료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원이는 지난 교통사고로 인한 흉터 때문에 피부이식을 받아야 해요. 흉터없이 피부이식이 잘 됐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 큰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다 돼서 잘 생활해 주니까 걱정이 없고, 늦둥이 지우는 첼로를 켜는데 4학년이 되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것 같아요. 모든 일이 잘 돼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 씨의 집은 항상 훈훈하다.

이 씨의 사랑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대로 집안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이 씨가 항상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아침이면 화장실 전쟁이예요. 안되겠다 싶어 집을 고쳤어요. 화장실도 늘리구요. 또 연료비 감당이 안돼 나무 보일러로 바꾸고 거실도 넓히고 했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내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잘 성장해 가는 것,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가 완쾌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또 자그마한 사업운영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이 씨의 부지런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씨의 손에는 굳은 살이 딱딱하게 박혀 있는 것이다.

몸이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이태숙씨. 그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라는 것이 주변인들의 한 목소리이다.

체구는 작지만 큰 사랑을 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봄 햇살처럼 따뜻한 모습으로 세상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